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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눈 응원단장 "한국 야구, 양키스보다…"

중앙일보 2012.06.02 00:42 종합 12면 지면보기
테드 스미스가 지난달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율동과 함께 호루라기를 불며 넥센의 응원을 주도하고 있다. 스미스는 넥센 응원단이 오지 않는 원정경기에서는 직접 응원단장 역할을 맡는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엄마 테드짱이야, 테드짱.” 한 어린이 팬이 소리치자 테드 스미스(25)는 웃으며 “테드짱 아니야, 테드찡”이라고 바로잡았다. “왜 테드찡이냐”고 묻자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 귀엽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유니폼 뒤엔 ‘테드찡’이란 글자가 ‘英雄(영웅)’이란 한자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넥센 응원하려고 교사직도 관뒀다 … 호루라기 문‘넥통령’
파란 눈의 응원단장 ‘테드찡’ 테드 스미스

 스미스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팬들 사이에서 마스코트 턱돌이 못지않은 유명 인사다. 그는 지난 시즌 넥센 경기 때 단상에 올라가 응원을 주도해 화제를 모았다. 넥센의 전 경기를 따라다니는 그를 두고 팬들은 넥센과 대통령의 합성어인 ‘넥통령’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달 29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그는 “고교와 대학 때 응원단장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부산·대구·대전 등 넥센 공식 응원단이 안 가는 원정 경기에서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팬을 한데 모은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한국어를 배워 관중과 소통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그는 캐나다 명문 맥길대에서 영문학과 동아시아언어학을 전공했다.



 2002 한·일 월드컵 길거리 응원문화에 감명받았다는 스미스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시청 광장에서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때 친구를 따라 목동구장에 갔다가 야구장 응원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의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는가”라고 묻자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캐나다나 미국 사람들은 앉아서 얘기하고 쉬다가 중요한 순간에만 환호한다. 한국 팬들은 경기 내내 노래 부르고 소리 지르며 야구를 보더라.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경기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아예 한국에 정착한 그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목동구장에 와 응원곡과 춤을 열심히 따라 했다. 지난해 경기 중 단상에서 열린 관중 댄스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스미스가 넥센의 ‘명예 응원단장’이 된 건 지난 시즌 말부터였다. 그는 “지난해 9월 4일 대전 한화전이 데뷔 무대”라고 했다. “하나로 모이는 느낌이 없어 응원 소리가 정말 안 좋았어요. 팬들이 다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 리더 하겠다고 나섰죠. 노래와 댄스는 다 알고 있어 문제는 없었어요.” 스미스가 우상으로 모시는 서한국 넥센 응원단장은 그를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는 친구”라고 했다.



 지난해 최하위였던 넥센은 최근 팀 창단 후 최다인 8연승을 달리는 등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가장 썰렁했던 목동구장은 아홉 차례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그는 “너무 행복하다. 지난해 이숭용 선수 은퇴식 때도 많이 비었는데”라고 했다. “당신 덕에 팬이 는 건 아닌가”라고 하자 “글쎄요. 그건 아니고 이택근과 김병현이 들어와 야구장에 많이들 오시는 것 같다”고 분석을 했다.



 넥센 야구의 매력에 대해 스미스는 “젊고 빠르다.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가 많아 다이내믹하다”면서 “내가 다닌 고교와 대학 농구팀이 매우 약해 동질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넥센 관계자와 선수들도 스미스를 알고 있다. 올해 입단한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이 그의 춤을 흉내 내며 팬을 자처할 정도다. 스미스는 “8연승 한 날 잠실구장에 있었는데 눈물이 났다”면서 “다들 미쳤다고 하지만 난 넥센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자신을 믿는다면 할 수 있다”고 했다.



 넥센 때문에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그는 “지난해 마지막 홈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 팬 사인회가 있었다. 사인을 받으러 갔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기 바빴다. 그때 엔터테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원어민 교사 일도 올해 3월 그만뒀다. 스미스에게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목동구장 앞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가리키며 “저기 살 때까지”라고 답했다.



 인터뷰 도중 목동구장 3루 관중석 앰프에서 정수성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넥센 정수성, 안타 치는 모습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스미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라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자동반사에 가깝게 그의 몸도 들썩거렸다. 그는 “이번 주말 사직구장 롯데전에서 내가 넥센 응원단장을 맡는다. TV를 통해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김우철 기자





테드 스미스는 …



생년월일 : 1987년 4월 24일 국적 : 캐나다

출신교 : 맥길대 영문학사

직업 : 개인 영어 교습 별명 : 테드찡, 넥통령

좋아하는 선수 : 손승락

응원 전 습관 : 맥주 한 캔을 마신다

한국어 실력 : 중상. 웬만한 대화는 한국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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