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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구의 쉬운 풍경 12] 고된 모심기 … 그런데 아름답다

중앙일보 2012.06.02 00:34 종합 15면 지면보기
경상남도 남해군 서면, 2007 ⓒ강운구


지금이 남쪽 지방에서는 딱 모심기 할 때다.



 남해(남해군을 이루는 여러 섬 중에서 가장 큰, 중심인 섬)에는 가파른 해안가에 다랑이 논(또는 밭)이 많다. 곡식이 모자라서 삶이, 목숨이 가팔랐을 때 정성과 힘을 다해서 돌을 쌓아 한 뼘, 한 뼘씩 만든 땅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관광거리인 계단식 논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아 비교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는 절박함을 훨씬 더 느끼게 한다. 배불러지자 그게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구경거리가 되어서 많은 사람을 불러온다.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의 다랑이 논과 밭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촌 곳곳에는 기계가 못 들어가는 논과 밭은 놀리는 곳이 많다. 남해의 여러 곳, 그리고 가천마을의 다랑이 논과 밭도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그것을 보려고 몰려오니 농사를 안 지을 수가 없다. 구경거리로서의 농사인 셈이다. 그 마을의 다랑이 논이 잘 보이는 길가엔 널판자로 대를 만들어 사진 찍는 포인트를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봄이면 여러 지방의 무리 지은 노란 유채밭 또한 거개는 구경거리 농사다. 제주의 어떤 유채밭에서는 밭주인이 그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값을 받기도 했다. 농작물이 관상용 화초로 된 듯하다. 나는 오래전에 사람을 먹여 살리는 농작물이 다만 관상용으로 바뀐 것은 그 식물이 격상된 건지 아니면 타락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했었는데 아직도 그렇다.



 남해에는 굳이 관상용으로서가 아니라 본디대로의 농사를 짓는 다랑이 논도 아직은 좀 있다. 종일 허리 구부리고 모심는 고된 사람들 뒤로 설핏한 햇살에 바다가 번쩍인다.



 구경거리도 아닌데 아름답다. 아름답게 봐서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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