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달의 책] 법학 전문가의 솔직한 고백, 나는 욕망한다

중앙일보 2012.06.02 00:13 종합 36면 지면보기
어느새 한 해의 절반에 해당하는 6월입니다. 세월의 속도를 실감하면서 남은 시간을 좀 더 잘 보내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6월의 주제는 ‘욕망, 그 유쾌한 선택’입니다. 보다 풍족한 개인, 보다 열린 사회를 열어가는 방안을 짚어본 신간 세 권을 골랐습니다.





욕망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 창비

312쪽, 1만3500원




인간의 본능과 관련된 은밀한 주제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다. 권력·학벌·돈·섹스 등등, 대부분 선망하면서도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의 욕망과 위선을 드러내는 일은 예술의 영원한 주제인데, 자기 고백 형식의 에세이인 신간에서도 그 점이 확인된다. 욕망과 규범, 현실과 예술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잔잔한 필체로 그려냈다.



 저자는 검사 출신의 법학 전문가. 일생을 윤리와 당위의 정답을 제시하는 삶을 살아왔을 법한 김두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욕망 고백’이 흥미롭다. 과감한 도전인데 “어떻게든 욕망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겠다는 제 결심의 첫 걸음”이라고 선언했다.



 탕웨이와 량차오웨이가 주연한 영화 ‘색계(色戒)’는 책의 전반적 분위기를 끌고 가는 모티브다. ‘색’이란 본능적 동물의 세계를 의미하고, ‘계’는 윤리적 규범을 상징하는 용어다. 저자는 ‘색계’를 보고 나서 색에 정직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넘어선 안될 어떤 선을 저자가 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답답할 정도로 계율의 삶을 살아낸 것 같다. 하지만 삶의 순간순간 꿈틀대는 색의 욕망까지 없었던 것은 아님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각종 욕망이 뒤얽힌 스캔들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폭력 양상을 꼬집는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희생양 사냥’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욕망과의 공존 혹은 화해를 제안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고백이라고 했다. 자신이 욕망덩어리임을 인정할 때 다른 사람을 보는 눈길이 한결 따뜻해지리라는 지적을 기억해둘 만하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