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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사심으로 시작해도 좋다, 해외봉사

중앙일보 2012.06.02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브의 발칙한 해외봉사 분투기

이브 브라운 웨이트 지음, 나선숙 옮김

RHK, 436쪽, 1만3800원




사심도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 ‘제2의 빌 브라이슨’으로 불리는 이브 브라운 웨이트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베스트셀러 작가다.



 우리의 이브. 대학시절 학생운동에도 참여하고 나름 사회의식도 투철하다고 자부한다. ‘해외 봉사를 다녀온 개념녀’라는 훈장까지 갖추고 싶었던 그녀, 덜컥 평화봉사단에 지원한다. 디카페인 카푸치노와 바나나 리퍼블릭 신상까진 포기할 마음이 없었던 걸 보면 진지함은 부족했던 게 맞다.



 좀 심하게 말하면 객기를 부린 건데, 그 객기는 곧 굳건한 결심으로 바뀐다. 면접관인 존 웨이트에게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존과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브는 “정글에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중얼댄다. 간 보러 갔다가 제대로 낚인 셈이다.



 연애는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결혼은 여전히 물음표다. 이브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원칙주의자에 ‘타고난 봉사요원’인 존의 마음에 들려면 평화봉사단원이 되는 길밖에 없었다. 낙장불입의 형국.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존이 이브에게 최고 등급의 평화봉사단원 평가를 매기고 이브에게는 에콰도르로 떠나라는 통지서가 날아든다.



 어쩌겠는가. 존을 생각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에콰도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브. 처음에야 징징댔지만 특유의 낙천성을 앞세워 제자리를 찾아간다. 어린이 보호소에서 보호했던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활동을 하며 자원봉사자로의 뿌듯함도 느낀다.



 하지만 동료의 강간 소식이 이브도 기억하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이브는 이른바 ‘불명예 제대’를 하고 귀국한다. 이브의 속을 바싹바싹 태우던 존의 청혼을 냉큼 받아들였지만 존이 우간다로 경제개발 활동을 가겠다며 함께 떠나자고 한다.



 또 어쩌겠는가. 남편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갈 태세인 이브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우간다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인근 도시의 면세점을 방문할 때면 거의 정신줄을 놓고, 말라리아와 이질에 걸려 토사곽란도 겪지만 딸도 낳아 기르며 씩씩하게 잘 살아간다. 에이즈 환자를 가정부로 고용할 정도로 넉넉한 마음을 갖추게 된다.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고 나누는 삶도 알게 된다. 사심으로 시작한 봉사가 진심 어린 봉사로 수렴해가는 과정에 공감이 간다. 어찌 보면 꼭 투철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무엇을 이루는 게 아닐 터다. 이브와 같은 사심이라면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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