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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어촌에 ‘메디치 효과’ 더하기

중앙일보 2012.06.02 00:00 종합 41면 지면보기
하영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초대원장
프랑스 심리학자 막시밀리앙 링겔만(1861~1931)은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 집단에 속한 개인의 공헌도의 변화를 각각 측정해보았다.



상식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줄을 당기면 더 많은 힘을 낼 것으로 기대한 것과는 달리 개인의 힘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2명 그룹은 잠재치의 93%, 3명은 85%, 그리고 8명일 때는 겨우 49% 정도만 힘을 낸다고 한다. 이를 두고 링겔만 효과라고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는 우리네 속담이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너지’ ‘상승작용’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개개인이 많은 사람 속에 숨어버리는 것이다. 혼자일 때는 온전히 혼자만 보이지만 2명, 4명, 10명 그 수가 늘어나면 그중 1명은 1/n로 책임의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내 몫까지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인의식이 결여된 상태가 되어 버린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역량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조직이 작을 경우 하고 싶은 일의 규모와 역량이 부족해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조직의 몸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몸집이 커져 오히려 행동이 둔해지고, 힘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 개개인의 주인의식이 결여돼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반면 15세기 피렌체 공화국에서 가장 유력하고 영향력이 높았던 메디치 가문은 여러 분야의 예술가·학자를 모아 공동 작업을 후원함으로써 문화 창조 역량을 이끌어 내어 르네상스 시대의 전성기를 이뤘다.



이른바 ‘메디치 효과’라고 불리는 이 경영이론은 최근 이질적인 부서가 협업하거나 통합해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려는 시도를 일컫기도 한다. 최근 명품 브랜드와 휴대전화업체가 협업해 제품을 출시하는 예도 이에 속한다. 메디치 효과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그들의 전문성을 150%, 200% 살리는 것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 주인의식을 충분히 가졌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일 것이다.



 본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우리 농어촌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농어촌은 그동안 꾸준한 혁신을 통해 성장해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농어민 스스로 현실을 감당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그렇기에 농어민에게 필요한 것을 적시에 파악하고 농어민을 지원함으로써 ‘메디치 효과’를 이끌어낼 정부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5월 출범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바로 이런 기능을 위해 생겨났다. 새로운 조직을 신설한 것이 아닌 기존에 농어업·농어촌 분야의 정보화·교육·홍보 기능을 수행하던 조직을 통합하고 농식품 분야의 정책 지원과 국제협력 역할도 수행한다.



미래세대 농식품·농어촌의 가치와 지식·정보를 창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는 바른 먹을거리를 알리고 농어민들에게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역할도 감당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부가가치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FTA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콘텐트에 대한 부가가치, 사람에 대한 부가가치, 시간에 대한 부가가치 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최상의 산출물을 내기 위해 이른 시간 내에 조화를 이뤄내야 하고 개개인의 역량을 그러모아 융합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노력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농정원은 새롭게 건조된 배다. ‘농어민을 위한 희망의 돌파구’라는 깃발을 앞세우고 이제 막 항구를 떠나 먼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앞길에는 수많은 장애와 험난한 파도가 도사리고 있지만 농어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메디치 효과라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항로를 개척하는 자세로 노를 저어 갈 것이다.





하영효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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