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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2권 통째로 외웠더니 배우지 않은 미·적분도 풀려

중앙일보 2012.05.31 04:40 11면
(왼쪽) 오진우군, (오른쪽) 송재열 원장


배명고에서 전교 10% 이내 성적을 내고 있는 오진우(17·2학년)군.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그의 성적은 중간 이하였다. 특히 수학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오군은 고교 입학을 앞두고 깨달았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게 성적 부진의 원인이었다.

자기주도학습으로 수학성적 올린 배명고2 오진우군



오군이 ‘제대로 공부해 보겠다’고 결심한 건 고교 진학 무렵. 스포츠 기자를 꿈꾸면서부터다. 명문대 체육교육과에 들어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싶었다. 그때까지 아들이 체육을 전공하는 걸 반대해 온 부모는 “성적을 올리면 허락하겠다”고 했다.



우선 그는 잘못된 공부방법을 되짚어봤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과목은 수학이었다. 제대로 알고 있는 개념이 없었다. 집에 있는 수학교재 대여섯 권 중 끝까지 본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공부한 흔적이 남아 있는 건 교재 앞부분에 있는 1~2개 단원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문제 풀기에만 급급했을 뿐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거나 관련 개념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수학부터 확실히 정복하기로 했어요.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공부하면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데도 자신이 붙을 거라 생각했죠.” ‘계획 세워 공부하기’ ‘한번 공부를 시작한 교재는 끝까지 풀기’ ‘중요개념 암기하기’ ‘틀린 문제는 확실히 알 때까지 복습하기’ 같은 4가지 목표를 정했다.



매일 수학문제 30~50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아침마다 학습계획을 세웠다. 공부할 단원과 교재, 학습시간 등을 빼곡히 정리했다. “풀었다기보다 외웠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어떤 교재 몇 쪽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금도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암기(?)한 교재 2권에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이든 정답을 맞추는 것은 물론 문제와 관련된 개념원리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군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자신감은 직접 만든 오답노트에서 나왔다. 문제를 풀고 채점한 뒤에는 오답노트를 따로 만들어 모르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과 공식·풀이법을 적으며 암기해 나갔다. 문제풀이를 하면서 하루에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 정도의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했다.



오답노트를 만들 때도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풀이법은 해답지에 나온 내용을 베껴 적지 않는다. 해설내용이 충분히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 읽은 뒤 자신의 말로 풀어 적었다. “해답지에는 딱딱한 문체나 어려운 용어가 많이 있더라고요.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요. 쉬운 단어와 수식으로 풀어야 다음 번에 볼 때도 이해가 쉽습니다.” 그날그날 오답을 정리한 뒤에는 반드시 하는 작업이 있다. 예전에 정리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훑고 넘어가는 것이다. 오군은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문제에 나오는 첫 단어만 읽어도 어떤 개념을 활용해야 할지 떠오르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오군의 수학 성적은 눈에 띄게 올랐다. 고1 첫 중간고사에서 4등급을 받았던 그는 2학기 때 2등급으로 올랐고 1학년 성적을 합산한 결과 전체 480명 중 25등을 했다. 인문계에 진학한 학생 중에서는 3등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수학에 자신감이 붙으니 다른 과목 성적도 함께 상승했다. 1학년을 마칠 무렵 전교 18%였던 그의 성적은 지난 중간고사에서 9%로 뛰어올랐다. “수학 기초를 다져놓으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많았어요. 수학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지니 집중력도 향상됐죠.”





오군이 고교에 입학한 이후 그를 지도해 온 시험지존공부법연구소 송재열(32) 원장은 오군의 수학점수 향상 요인을 ‘암기’로 꼽았다. “대부분의 학생이 문제만 많이 풀면 수학 성적이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착각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를 양산하죠.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채 문제풀이에 급급하다 보면 수학성적을 올린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송 원장이 오군에게 수학교재 2권을 암기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유형과 개념원리를 이해한 뒤 공식·문제풀이법을 암기하도록 유도했다. 그는 “진우는 이제 태권도 품새에 해당하는 수학 기초를 익힌 셈”이라며 “응용력을 키우려면 사고력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결 못한 문제가 있는 걸 즐겨야 합니다. 새로운 개념을 익힐 수 있는 기회니까요.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1년 남짓 수학 기초를 익힌 오군은 요즘 사고력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해설지를 참고해 오답노트를 만들었던 방식을 넘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방법으로 고난도 문제에 접근한다. 틀린 문제와 손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답 도움 없이 끝까지 푼다. 오군은 “이런 방식으로 훈련을 하니 처음 보는 개념의 문제가 나와도 지금까지 익힌 여러 개념을 응용해 어떻게든 해결하는 능력이 생겼다”며 “수능 기출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배우지 않은 미분·적분문제까지 풀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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