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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자율형 사립고 100개 정책은 실책”

중앙일보 2012.05.31 03: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사진=최승식 기자]
박범훈(64)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29일 “자율형 사립고 100개 정책은 실책이었다”고 밝혔다. 자율형 사립고는 자율과 경쟁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이다. 청와대 수석이 스스로 소관 분야의 핵심 정책에 대해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박 수석은 고졸 취업의 모범 사례인 서울 관악구 서울여상을 현장 시찰하던 중 본지와 만나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교육정책은 다른 정책과 달리 앞뒤가 보일 정도로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현 정부 정책의 성과와 과오를 솔직히 알려야 교육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인터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훈 교육문화수석 인터뷰

 -교육정책 변화가 잦다. 이 정부에서 수능을 두 번 바꿨다.



 “인정한다. 정권이 바뀌면 의욕적으로 서두르고 욕심을 내게 된다. 모든 정권이 그렇다. 노무현 정부가 평준화를 하도 강조해 현 정부는 자율과 경쟁으로 전환했다. 대입 자율화를 확대하면서 대학이 우수 학생 선발에 욕심을 내고 입시가 과열된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려 했는데 학부모 입장에선 너무 자주 바뀐다고 느꼈던 것 같다. 입학사정관제도 충분히 공부가 안 된 상태에서 도입됐다. 국민에게 더 홍보하고 이해를 시켜줘야 한다.”



 -다음 정권이 또 바꾸면 국민이 적응하기 힘들다.



 “최근 어느 대학 입학처장이 ‘입시는 제발 2년만이라도 동결해줬으면 좋겠다’ 하더라. 교육정책은 앞뒤 보일 정도로 예측 가능해야 한다. 이전 정부 정책이라고 무조건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가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도 좋은 것은 연계해 유지했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청와대에 들어와 보니 인수위 때 충분히 검토를 하지 않았더라.”





 -계속 유지돼야 할 정책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고졸 취업을 열었다는 것이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학생들에게는 사립학교라도 장학금을 준다. 이것은 파격적인 것이다. 진로교육도 중학교부터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 수석은 중앙대 총장을 6년 했다. 총장 때 생각과 현재의 소신을 비교하며 정책을 평가했다.



 -자율고 확대 정책은 실패한 것 아닌가. 학비만 비싸고 차이가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짧은 시기에 숫자를 너무 많이 늘린 것이 실책이었다. 처음 13개까지는 철저한 평가를 거쳐 괜찮았다. 교육환경과 교사 열의 등에서 학비를 세 배 받아도 될 만한 학교들이었다. 그런데 이후 여건이 안 되는 곳으로 너무 많이 확대했다.”



 자율고 100개 확대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약속이었다. 박 수석은 “정책을 열심히 하다 보면 실책도 나오는데 문제가 있으면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며 “수석은 장관과 공동 책임이 있기 때문에 쓴소리도 하고 지원하는 역할이 있다”고 했다.



 -대학 총장과 청와대 수석이 어떻게 다른가.



 “단과대를 18개에서 10개로 축소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 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처지다. 역대 정부가 우후죽순으로 대학을 너무 늘렸다. 구조조정을 계속하려면 19대 국회에서 ‘사립대 구조조정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정부는 자율을 이야기하지만 대학들은 관치(官治)가 심해졌다고 한다.



 “자율은 보장돼야 한다. 대통령은 ‘대학들 괴롭히지 말고 대학에 맡기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형편없는 대학이 많다. 우수한 대학을 뽑아 그곳들만 자율을 흠뻑 주고 나머지는 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답답할 정도다.”



 -하지만 교과부는 각종 재정 사업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한다. 교육관료 힘이 너무 세다.



 “맞다. 총장 때 나도 그런 불만을 가졌다. 대통령도 ‘교과부 과장이 부르면 학장이 간다’는 말에 깜짝 놀라셨다. 그런데 교과부가 예산을 대학에 그냥 줄 수 없으니 이런저런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예산을 못 따면 총장은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대통령도 ‘돈 갖고 대학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고 하신다. 평가는 제대로 해야 한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 공개, 학생 700만 명 정신검사 계획 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에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발표를 너무 서둘렀다. 현장을 알고 대책을 제대로 세우자고 조사했던 것이다. 가해 학생이 한 명 있다고 폭력 학교로 취급한 것은 잘못이었다. 학생 700만 명을 7월 말까지 정신검사 하겠다니 좋아할 학부모가 있겠나. ”



 -일부 교육감이 학생인권 문제 등으로 교과부와 대립해 혼란이 많다.



 “정치적으로 행동해 그렇다. 교육감 직선제는 검토해야 한다. 교육자가 아닌 정치꾼들이 교육감으로 출마해 정부와 어긋나면서 돋보이려고 하는 것은 교육에선 있어선 안 된다.”



 -교육정책 성적표를 낸다면 몇 점을 주겠나.



 “역대로 교육정책이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 정책을 효과 있게 끌고 왔느냐 하는 점에서 80점은 줄 것 같다. 국민 판단은 다를 것이다.” 인터뷰=양영유 사회1부장





◆박범훈 교육문화수석=1948년생으로 중앙대와 일본 무사시노 음대에서 수학했다. 85년 중앙대 국악과 교수로 임용돼 2001∼2005년 부총장, 2005∼2011년 총장을 맡았다. 전통 음악 작곡가·지휘자로 88년 올림픽조직위원회, 2002년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과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2월부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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