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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업종 나쁘다 분석해 놓고 투자자엔 “사라”

중앙일보 2012.05.31 00:00 경제 9면 지면보기
증권사가 내놓는 보고서의 분석 내용과 투자 의견이 번번히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증권사가 모여있는 여의도의 야경. [중앙포토]


지난 29일 동양증권이 가구업체 한샘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가구산업의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상황이 나열됐다. ‘소비경기는 둔화되고, 이사 수요도 부진하며 홈쇼핑 채널에서는 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연히 한샘의 2분기 실적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익성도 밝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분석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3만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21% 내렸다. 내용만 보면 이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투자의견은 ‘매수’다.

분석 내용과 투자 의견 따로 가는 증권사 보고서



 동부증권이 30일 내놓은 미래에셋증권 종목분석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목표주가를 기존 5만2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12% 내렸다. 이 회사 핵심 사업의 성과가 부진한 것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여전히 ‘매수’를 권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분석 내용과 투자 의견이 따로 가는 증권사 보고서가 속출하고 있다. 영업실적이나 수익성이 나빠진 것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낮췄다면서도 여전히 ‘이 주식을 사라’고 권한다. 그나마 신랄한 투자의견은 ‘중립’이다. 이 종목을 파는 것이 좋겠다는 ‘매도’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3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5월 1일에서 25일 사이에 나온 증권사의 종목 분석 보고서 중 목표주가를 낮춘 것이 324개, 주당순이익(EPS, 연결기준)을 낮춘 의견을 담은 보고서는 537개나 됐다. 유럽발 금융시장 불안과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실적이 둔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실적과 기대주가가 낮아짐에도 투자의견을 하향한 것은 드물었다. 이 기간 나온 보고서의 91.4%가 기존 투자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 투자의견을 낮춘 것은 0.5%에 불과했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추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각 증권사의 규정 때문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가 일정 비율 이상 차이 날 때 ‘매수’ 투자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다. 15% 안팎이 대부분이다. 차이가 그 이하이면 중립 의견을 내게 된다.



 목표주가는 예상 실적에 따른 6개월 또는 1년 후의 예상주가를 뜻한다. 산출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주관적인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근소한 차이로 인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매수를 권하는 앞뒤 안 맞는 일이 벌어진다. 때로 몇십원 차이 때문에 매수 의견을 제시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애널리스트가 빨리 대응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 된다. 예컨대 A종목 주가가 1만원일 때 애널리스트가 2만원을 불렀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해 6000원이 됐다. 목표주가 2만원과의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러면 애널리스트들은 한꺼번에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낮춰 차이를 조정한다. 목표주가가 9000원쯤으로 산정되더라도 어쨌든 현 주가보다는 높으니 매수 추천을 하게 된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목표주가를 내리면서 투자의견이 ‘매수’라는 건 애널리스트가 해당 종목에 자신이 없고, 별로 매력적인 종목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사라는 얘기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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