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에 준공 … 연 6000만 개 생산

63년생인 서 대표에게는 할머니인 고(故) 윤독정(1891~1959) 여사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윤 여사는 그의 경영관과 일생에 누구보다 큰 영향을 미친 여성이다. 그는 윤 여사를 ‘할머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창업자의 어머님’이라고 불렀다. 손주로서의 애틋함보다는 기업가로서의 존경심을 드러낸 것이다.
창업정신은 오산의 새 사업장 곳곳에 스며 있다. 사업장 뜰 한가운데에는 윤 여사가 부엌에 놓고 동백기름을 짜던 기름틀을 상징하는 조각품을 설치했다. ‘좋은 원료’를 중시한 윤 여사와 선친 서성환 회장의 의지를 기리는 ‘아모레원료식물원’도 만들었다. 화장품에 들어가는 캐머마일·로즈메리·세이지 등의 허브와 작약·황금·천궁 같은 한방 약초를 포함해 200여 종의 식물을 이곳에서 직접 기른다.
서 대표의 경영 스타일은 내실을 중시하는 ‘한 우물 파기’다. 아모레는 창업 후 67년간 인수합병을 단 한 번 했다. 지난해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구탈’을 인수한 것이 전부다. 서 대표는 간담회에서 “인수 기회는 계속 생겨나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패션 등 인접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보다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깊이 파서 전 세계에 확산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아모레는 최근 3년간 그룹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홍콩과 중국 등에서 라네즈·설화수가 ‘한류 뷰티’를 주도해 해외 매출도 지난해 3272억원으로 전년(2667억원)보다 23% 늘었다. 이에 힘입어 서 대표는 이날 “2020년까지 매출 100억 달러(약 11조7000억원)의 글로벌 7위권 화장품 회사”라는 새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품질 중시 제조업체’로서 받는 도전과 위협도 거세다. 미샤·토니모리·네이처리퍼블릭 등 저가 브랜드숍은 제조에 힘을 쓰지 않고도 연간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품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한국콜마·코스맥스 같은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아 가두점 유통망과 광고·할인 같은 마케팅에 집중해 고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브랜드와 제품 성능을 강화하는 고전적 방식을 유지하면서 방문판매와 이커머스 시장을 포함한 유통·소매 역량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오산=심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