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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막힐 때면 신문 일기 들춰봐요, 소설『대발해』끝까지 쓴 힘이죠

중앙일보 2012.05.30 04:30 Week& 7면 지면보기
우리나라 최초 밀리언셀러 작가 김홍신(65)의 하루 첫 일과는 신문 읽기와 신문 일기 쓰기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 4부의 신문을 꼼꼼하게 정독하고 영감(靈感)을 자극하는 기사는 따로 모아둔다. 이때 떠오른 생각은 노트에 간략히 적어둔다. 그는 신문을 사회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보따리라고 표현했다. “매일매일 수많은 이야기가 내 앞에 배달돼요. 평범한 이웃의 목소리부터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식견까지 내 앞에 풍성하게 펼쳐지죠. 이 이야기들이 내 글과 강연의 원천입니다.”


작가 김홍신의 신문 활용법

김홍신 작가는 “신문은 나를 비춰보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는 매체”라며 청소년들에게 신문 읽기를 권했다.
기사뿐 아니라 만화·광고까지 빠짐없이 읽어



김 작가의 신문 읽기 철칙은 ‘빠짐없이 읽기’다. 기사는 물론 광고나 만화도 빼놓지 않는다. 가끔은 ‘구인구직’ ‘재혼’ ‘부동산 급매’ 등 한 줄 소식을 실은 광고를 한참 동안 들여다볼 때도 있다. 그는 “광고에는 우리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민중의 생생한 삶이 제대로 담겨 있는 광고가 정말 근사하고 재미있다”며 웃었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40면에 가까운 신문 지면을 건너뛰고 읽는 법이 없다. 김 작가는 “내가 사실 경제 분야는 문외한이라 경제면은 모르는 용어투성이다. 그래도 조금씩 눈에 익히며 읽어 나간다”고 말했다.



그가 여러 부의 신문을 한 면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 읽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양한 세상 소식에 대한 분별력, 해석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신문마다 성향과 논조라는 게 있죠. 여러 신문을 읽으면서 그 관점의 차이를 비교해보기만 해도 세상에 대한 꽤 쓸 만한 분별력과 비평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그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비해 종이 신문이 갖는 장점도 같은 이유로 설명했다. “신문을 펼치면 전체 기사가 한눈에 들어오잖아요. 관심 없고 잘 모르는 기사라 해도 눈길은 스쳐 지나가게 마련이죠. 전체 소식 속에서 내 관심 분야가 얼마나 적은지, 나는 어떤 면에 실린 기사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등을 점검하며 읽을 수 있어요.”



이와 비교해 온라인 뉴스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에 반해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사만 골라 읽으니, 사회를 주관적인 잣대로만 바라보며 모든 이슈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죠.”



기사 내용에 소감 덧붙인 신문 일기, 이야깃거리의 보고



김 작가의 달력에는 강연 일정이 빽빽하게 정리돼 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완도·포항·울산 등 지방으로 강연을 나간다. 작품도 속속 출간하고 있다. 역사소설『대발해』를 완간했고,『인생사용설명서』『그게 뭐 어쨌다고』등 에세이집도 잇따라 내놨다.



김 작가는 “강연이건 작품이건, 이야기 소재를 찾는 데는 신문만 한 게 없다”고 얘기했다. “『대발해』를 쓸 때, 책상 앞에 앉아 아무리 고민을 해도 글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전에 써둔 신문 일기를 뒤적거리다 보면 단어 하나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자극을 받을 때가 많아요. 그 다음은 이야기가 술술 쏟아져 나오는 거죠.”



최근 강연에서 호응을 얻었던 이야기도 신문에서 소재를 찾은 것이다. “중국에 있는 산샤댐을 설계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 기사였어요. 그가 산샤댐 건설에 가장 도움을 준 사람으로 ‘반대자’들을 꼽았대요. ‘반대자들이 없었다면 산샤댐은 지금처럼 완벽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는 이 기사 내용을 토대로 ‘나와 다른 사람들, 내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작가가 신문 일기를 쓰는 요령은 간단하다. 인상 깊은 기사의 제목과 주요 내용을 요약해 적는다. 나중에 기사 원문을 찾아볼 수 있도록 신문 이름과 발간일, 게재 지면도 정리한다. 그런 뒤 기사 내용을 자신의 경험 속에 녹여내 소감을 한두 문장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는 “신문 일기는 나 자신에게 떳떳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도 말했다. “신문을 읽고, 세상을 읽다 보면 나쁘게 못 살아요.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계속 돌이켜보게 되거든요. 나를 반추하고 점검하면서 정제해나가다 보면 유혹이 와도 정직하고 당당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글= 박형수 기자

사진= 장진영 기자



김홍신 작가에게 신문이란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이다.



김 작가는 고교 1학년 때부터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자랄 때 그에게 신문은 대도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고교생이던 그가 신문을 통해 받아들인 서울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도시”였다. “시골뜨기인 내 눈에는 서울에선 항상 사건·사고가 터지고 별스러운 일이 일어나요. 영화도 신기한 것들이 잇따라 개봉을 하고 …. 그때 신문을 보면서 그곳에 한번 꼭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소망이 생겼어요.”



그가 대학 진학을 결심한 것도 신문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큰물에서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생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재수를 해 1966년에 건국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때는 시골에서 대학에 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나는 신문을 보다 보니 서울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게 공부에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던 거죠.”



중앙일보NIE 연구위원단
(왼쪽부터) 심미향 위원, 이정연 위원
작가가 된 뒤에도 신문은 더 큰 세상을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했다. 그는 “기사나 광고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와 만나고, 칼럼과 사설에선 과거와 미래 모습까지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기에 신문을 읽으며 세상을 만나고 사회에 관심을 갖고 꿈을 키워나간 덕분에 오늘의 김홍신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인터넷보다 종이 신문을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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