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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행렬 용어 정리부터 시작 … ‘수포자’ 문과생이 다섯달 만에 1등급

중앙일보 2012.05.30 04:30 Week& 4면 지면보기
고려대 환경보건학과를 졸업한 이종민(27)씨는 고교 때 전 과목 평균 성적이 5등급이었다. 좋아하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정신을 차렸지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성적이 좋지 않아 받아주는 재수학원도 없었다. 뒤늦게 진로도 검사에서 정신과 의사로 바꿨다.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수포자(수학 포기 자)’를 자처했던 그는 백지 상태에서 이과 수학을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반 년도 안 돼 5등급에서 1등급으로 성적이 뛰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 학습법을 바꾸자 다른 과목들도 1등급으로 향상됐다. 그는 “수능에 최적화된 공부 방법을 찾은 것”을 성적 향상의 비결로 꼽았다.


[성적 역전, 나는 1등이다]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졸업한 이종민씨의 단기 학습

고교 때 전 과목이 평균 5등급이던 이종민씨는 과목별로 수능에 최적화된 공부법을 찾은 후 단기간에 1등급으로 성적이 올랐다.


이성 친구·노는 데 빠져 공부에서 손 떼



초·중학생 시절 이씨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반에서 7, 8등 성적을 유지하면서 일반고에도 무난히 진학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 성적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다니던 학교는 인근에서 ‘공부 못하는 학교’로 정평이 났었다. 반에서 1등을 해도 다른 학교에 가면 10등 안에 들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여학생 수도 남학생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남학생 3개 반에 여학생이 9개 반이었다. ‘여학생들이 많아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이씨는 여자 친구들과 놀 생각만 했다. 독서실도 근처에 만화가게와 당구장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노는 데 빠졌던 이씨가 어느 날 공부를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좋아하던 여자 친구를 같은 반 친구에게 빼앗긴 것. 그 친구는 반에서 1등이었다. 성적 때문에 여자 친구가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뭔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 무렵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도 이씨에겐 자극이 됐다. 어느 결혼정보회사에서 발표한 자료였는데, 얼굴 예쁘고 좋은 학교 출신에 재산도 많은 여자를 만나려면 서른 살 전후로 검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진로 조사를 했는데 거짓말처럼 반 전체의 70%가 법대에 진학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도 마찬가지였다.



지문 내용에 나를 대입하여 언어공부 흥미



‘좋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씨.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 후 5개월 만에 5등급이던 성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언어·외국어 영역에서 1등급이 나왔다. 언어 공부는 글의 개요를 역추적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문학·비문학 모두 서술된 지문을 보고 주어진 문제의 조건에 따라 제시된 선지를 맞춰 갔다. 지문을 감상하는 법을 익히자 공부에 재미가 생겼다.



검사를 꿈꿀 때였다. 언어 문제에 미국·독일식 법을 비교하는 지문이 나왔던 것. 대학에 가면 공부할 내용이라는 생각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백석 시인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을 읽을 때는 열악한 환경의 고시원에서 공부할 자신의 미래 모습과 비교했더니 한 줄 한 줄 마음에 닿았다. “지문 내용이 내 이야기, 현실이 되자 감상을 하며 공부를 하게 됐고 언어 공부가 재미있어졌어요.”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독해 문제집 한 단원만 풀어도 모르는 단어가 쏟아져 나와 단어장을 살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모르는 어휘들을 모아 익히는 데 전념했다. 독해 연습은 정확한 해석에 중점을 뒀다. EBS 수능 연계 교재의 해설지를 펴놓고 번역을 하듯 똑같이 해석했다. 해석이 안 되면 EBS 게시판을 활용했다. 자세히 해석해주는 게시판의 도움으로 자신의 약점들을 하나씩 보완해갔다. 스스로 해석하지 못하는 문장을 모아 노트로 만들어 화장실에 앉아 봤다. 3개월이 지나자 1등급이 나왔다.



수학 성적 탓에 그는 문과계열을 선택했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고 한 자신의 말에 문제아였던 친구에게 “변했다”고 말한 이야기를 듣고 정신과 의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해 돕고 싶었다. 의사가 되기 위해 뒤늦게 문과에서 이과로 계열을 바꾼다는 이야기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수포자’였던 것. 수학정석을 10번 보고, 학원과 과외를 해도 소용없었다. 일찌감치 수학에 손을 놨다.



수학 교과서 기본 예제만 풀어도 3등급 가능



백지 상태에서 이과 수학을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집합·행렬·수열의 정의 등 수학 용어의 정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풀이 접근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용어 정의를 익힌 뒤엔 예컨대 ‘수열이란 규칙성 있는 수의 나열’이라는 정의를 이용해 ‘규칙성을 파악’하는 것부터 접근하게 됐다. 이 방법으로 이씨는 공부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1등급을 받았다.



문과 학생 중 수포자가 의외로 많다. 그는 “풀이과정이 나온 교과서 기본 예제만 다 풀어도 5등급에서 3등급으로 뛸 수 있다”고 했다. 수학 교과서 단원 중 굵은 글씨로 된 개념만 정확히 알아도 문제를 보는 시야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수능 출제진은 학습 목표에 맞춰 문제를 출제한다. 그 때문에 교과서 학습 목표가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 “기출문제만 분석해도 해마다 숫자만 바꾼 비슷한 문제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돼 2~3점짜리 문제는 모두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작은 계기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성적을 향상시킬 드라마틱한 동기를 애써 찾으려 하기보다 처해진 상황에서 최적의 계기를 찾는 게 성적 역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글= 박정현 기자

사진= 김진원 기자



5등급 → 1등급 이렇게 달라졌어요



검사(그냥 좋다고 하니까, 멋있어 보여서) → 멘토(누군가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



공부 목표 친구들보다 잘 하자(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 만점(꿈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삶의 역경에 당당히 맞서 이기자 다짐)



예습·복습 하지 않음. 시험 때 친구 노트 베끼고 대충 외움 →예습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복습은 철저히. 수업 내용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기록. 기본서 정해 단권화해 복습



수업시간 좋아하는 과목은 듣고 싫어하는 과목은 엎드려 자거나 다른 책을 봄 →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



언어 공부 해설서 위주로 암기(처음 보는 지문에 대응 못해) → 문학은 지문 내용 그대로 독해. 비문학은 글의 개요 역추적(지문·문제·선지 분석)



수리 공부 기본서만 단순 반복. 문제 풀이 반복 → 집합·행렬·수열의 정의 등 용어 정의로 개념 이해



외국어 공부 두꺼운 문법책 1단원 공부 후 포기 반복 → 어휘 공부, 독해 연습은 정확한 해석에 초점. EBS 수능 연계 교재로 해설지 펴고 똑같이 해석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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