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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걷어내고 아이디어 나누면 창의적 결과물 쏟아진다

중앙일보 2012.05.30 04:00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왼쪽부터) 조윤경 교수 (UNIST(울산과기대) 나노생명화학공학부),허완수 교수 (숭실대 융합인력양성사업단 화학공학과),이병민 교수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3인이 말하는 융합연구·교육



“인문학과 기술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2010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애플의 정체성을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라고 표현했다. 스마트폰은 기기의 하드웨어적 기능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감성을 담아낸 응용프로그램과 인문학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다양한 콘텐트가 함께 어울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융합’이 강조되는 이유다.



융합연구는 현대 과학계의 가장 큰 이슈



세계 석학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미래유망기술은 크게 IT(정보통신기술), 건강·의료, 에너지·환경 3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해 발표한 10대 미래유망기술 또한 LED 램프, 리튬에어전지, CO2 흡수·저장 소재 등 IT, 건강·의료, 에너지·환경이라는 주제로 집약된다.



숭실대 융합인력양성사업단 허완수(화학공학과 교수) 단장은 “이와 같은 기술은 모두 IT·ET·BT 관련 기술들이 나노·3D·생명공학기술 등과 융합돼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며 “융합연구는 현대 과학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이병민 학과장은 “자동차를 만드는데 전자·기계·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이 활용되듯이 현대 사회의 상품·서비스는 한 가지 분야의 지식만으론 만들 수 없다”며 기술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융합이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결정적 키워드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레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한다. 이 학과장은 “과거엔 한 가지를 잘하는 인재가 중용됐지만 최근에는 다방면의 지식을 갖고 특정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T자형 인재가 필요해졌다”고 피력했다. 두 개 이상의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갖추고, 이를 자신의 전문분야로 끌어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인재를 뜻한다.



MIT·동경대 프로젝트성 협동 연구 많아



융합연구의 선두주자로 미국이 꼽힌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1998년부터 IGERT(Integrative Graduate Education and Research Traineeship)라는 대학원 융합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기초소양과 전공 교육은 물론 협동연구를 통해 학문간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미국 내 110개가 넘는 대학의 215개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고,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대학원생은 5000여 명에 이른다.



허완수 단장은 “미국의 예일대·컬럼비아대·스탠퍼드대·MIT대와, 일본의 게이오대·동경대·가나대·치바대 등이 융합연구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융합연구·교육의 특징은 다양한 전공자들이 함께 어울려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프로젝트성 협동연구가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한국은 진정한 의미의 융합연구·교육이라기보다 행정적인 학제 간 통합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생·교수가 산업체와 협력해 소비자의 수요·심리를 읽고 다양한 학문을 통합해 신산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연구사업개발(R&BD)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인문학과 공학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융합연구가 아니라는 의미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결과물을 창출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융합연구의 태도가 길러진다는 설명이다.



이 학과장도 “대학원 과정에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보는 프로젝트 실습이 늘어야 융합연구·교육의 지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동의했다. 석·박사 교육 과정이 프로젝트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이론을 접목시키는 실습형 과정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프로젝트 실습을 강조하는 것이 “인문학·철학·자연과학·공학과 같은 기초이론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돼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UNIST(울산과학기술대) 나노생명화학공학부 조윤경 교수는 “대학 학부에선 인문학·사회학·철학·역사·자연과학 등 기초소양교육을, 대학원 과정에선 프로젝트 실습을 하는 식으로 학부-대학원 연계 교육과정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지식의 개방·공유 사회 분위기 조성돼야



대학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 학과장은 “융합은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며 “지식과 콘텐트의 생산과 공유의 방식 또한 융합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지식과 콘텐트의 개방·참여·공유의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학과장은 “한 주제를 놓고 예술·인문학·공학·자연과학 등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반영하면서 그 안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개발 모델들이 많이 보급돼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인문학과 기술의 접목을 강조했던 스티브 잡스와 그를 둘러싼 일련의 대중적 논의들은 융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저변을 확대했던 좋은 계기였다”는 설명이다. 이런 논의들은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인재상과 롤 모델을 부각시킨다는 의미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UNIST·건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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