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기대 바위 끝, 파도와 바람이 부서져 시가 되다

중앙일보 2012.05.30 03:40 주말섹션 5면 지면보기
박상호 신태양건설 회장(위)이 부산시 남구 이기대 갈맷길에 세운 시비. 제목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이기대에서’다. [송봉근 기자]
‘두 기녀(妓女)의 원혼들이 통렬히 울부짖는 듯…(중략)…목놓아 통곡하는 그대들의 영혼을/ 이 한 편의 시로 위로하노니/ 편안히 영면하소서’.


박상호 부산 시인협회 부회장
2006년 열린시학 가을호에 등단
누리마루 시공 신태양건설 CEO
갈맷길 알리기 위해 시비 세워

갈맷길 어울마당∼동생말 사이 해안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이기대(二妓臺)에서’라는 시비가 서 있다. 이 시비는 시인인 박상호(58)신태양건설 회장이 지은 것으로 부산시인협회가 2010년 9월 세웠다. 갈매꾼들은 시비 앞에서 임진왜란 때 왜장을 안고 바다로 뛰어든 2명의 기녀를 생각하며 숙연해진다. 박 회장은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이곳을 걷다가 기녀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마치 그 폭풍우가 두 기녀들이 울부짖는 것 같아 추모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박상호
부산 시인협회 부회장
2006년 ‘열린시학’ 가을호에서 신인상을 받아 등단한 그는 첫 시집 『동백섬인어공주』를 출간한 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인협회 부회장, 열린시학회 부회장, 부산펜클럽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박 회장이 처음 시를 쓴 것은 1972년 부산대 의과대학에 진학했을 때였다. 하지만 2년 만에 가난 때문에 의사의 길을 포기한다. 그 후 건설자재회사를 하다가 95년 신태양건설을 세웠다. 그는 단테의 『신곡』 같은 장시(長時)를 주로 쓴다. 대학 시절 쓰기 시작한 ‘피안의 도정’이라는 장편시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완성하지 못했다.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의 이 시는 올해 안에 완성될 예정이다.



거친 일을 하는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시인인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질문에 “과학적 영감과 문학적 영감은 같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토목·건축업이나 시 창작이 똑같다”며 “아름다운 건축물은 바로 문학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철학 때문에 신태양건설이 짓는 건물들을 하나같이 아름답다. 그의 회사가 지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린 누리마루(공동 시공), 올해 준공한 아미산 전망대 등은 부산 건축계에서도 인정받는 건물이다. 그는 지난해 부산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그는 ‘갈맷길 매니어’다. 그는 “갈맷길은 부산의 소중한 자산인데 부산 시민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나눔에도 적극적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년간 매년 2000만원 기부를 약정해 부산에서는 세 번째로 억대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소년·소녀 가장 돕기, 장학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7일 제13회 부산문화대상 사회공헌부문상을 받았다.



김상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