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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년 전 사과나무 대 이어 지키는 이유

중앙일보 2012.05.30 01:06 종합 25면 지면보기
계명대 동산병원의 옛 선교사 사택 안에 있는 70여 년 된 사과나무. 미국 선교사가 1899년에 심은 사과나무 열매가 떨어져 자란 ‘2세목’이다. [홍권삼 기자]
대구시 중구 동산동 신명고교 옆 언덕 길을 오르면 계명대 동산병원의 옛 선교사 사택지역이 나타난다. 붉은 벽돌의 서양식 건물에 잘 가꾸어진 정원이 눈길을 끈다. 건물들은 의료·선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구 옆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앞에는 이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다. 대구 ‘원조’ 사과나무의 ‘2세목’이다. 하지만 줄기의 대부분이 썩어 파낸 자국이 있는 등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다.



 이 사과나무가 ‘3세목’으로 명맥을 잇게 됐다. 대구시는 31일 이 나무 옆에 3세목을 심는다. 크기는 밑동 지름 6㎝, 높이 2.3m다. 옆에는 3세목을 심은 동기 등을 적은 안내판도 설치한다. 대구가 ‘사과의 도시’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손자목’을 키워 심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100여 년 전에 심은 원조 사과나무가 3대째 이어지면서 대구의 상징목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시가 3세목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김희천 대구수목원관리사무소장이 대구시 녹지담당으로 근무할 때다. 2세목의 지름 1㎝가량 된 가지 세 개를 10㎝ 길이로 잘라 수목원 묘포장의 다른 사과나무에 접붙이기를 했다. 이렇게 자란 세 그루 중 가장 큰 나무를 심는다.



  원조 사과나무가 심어진 것은 1899년이다. 미국 선교사이자 동산병원 초대 원장인 우드브리지 존슨이 미국 미주리주에서 묘목 72그루를 들여왔다. 존슨은 이를 사택 뜰에 심었고 이때부터 사과가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당시 재래종 능금이 있긴 했지만 미국 사과나무 묘목의 보급이 대구를 사과 주산지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현재 2세목은 원조 사과나무의 씨가 떨어져 자란 것이다. 높이 7m에 밑동 지름이 30㎝ 정도다. 수령은 70년가량 됐다. 보통 사과나무의 수령이 40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장수한 셈이다. 그런 만큼 나무 상태는 좋지 않다. 2007년에는 줄기의 절반 이상이 썩어 모두 파낸 뒤 발포 우레탄으로 메우는 등 외과수술을 했다. 지주목이 없으면 쓰러질 정도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퇴화해 열매도 작다. 시는 이 나무를 2000년 보호수로 지정했다.



 나무의 관리를 맡은 중구청의 전채영 공원녹지담당은 “3세목이 지역의 대표 특산물이었던 사과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잘 키워 대구의 명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 사과=한국에서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미국 선교사에 의해 묘목이 보급된 뒤 1900년대 초 경제작물로 인정받아 중구 동인동·공평동·삼덕동 일대에 과수원이 조성됐다. 이후 북구 산격동, 동구 동촌, 경북 칠곡 등지로 재배지가 확산하면서 60년대 초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했다. 90년대 이후 과수원이 줄어 현재 동구 평광동의 140가구가 120만㎡에 홍로·부사 등을 재배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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