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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승격 달갑잖다 … 여주읍 주민들 왜

중앙일보 2012.05.30 00:58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때 수로교통의 중심지였던 경기도 여주군이 시 승격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시로 승격되면 1895년 조선시대 전국 21개 목(牧)에서 군으로 강등된 지 117년 만의 위상 회복이다. 그러나 여주군민은 시 승격을 놓고 첨예한 찬반 양론을 벌이고 있다.


각종 혜택 없어져 불만

 여주군은 이달 초 ‘여주시 설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을 시 승격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시작했다. 지난 10일 주민설명회를 연 데 이어 30일 두 번째 설명회를 연다. 다음 달 초에는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로 승격하려면 군의회 동의를 얻어 경기도와 도의회를 거친 건의문이 행정안전부 심사에서 통과돼야 한다. 이후 국무회의와 국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여주군은 지방자치법에 정해진 시 설치 기준인 인구, 도시 산업종사자 비율, 재정자립도 등 3대 조건을 갖췄다. 우선 인구 5만 명 이상의 도시 형태를 갖춘 지역이 있어야 하는데 도시 지역인 여주읍 인구가 5만4144명으로 이 기준을 넘는다. 군 전체 인구는 10만9000여 명이다. 도시 산업종사자 가구 비율이 전체의 71%로 하한선(45%)을 넘는다. 재정자립도는 37.9%로 전국 군 지역 평균(17%)의 배가 넘는다.



 지표상으로는 시 승격이 문제될 게 없다. 관건은 여론이다. 그러나 도시 지역인 여주읍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시로 승격되면 도시 지역은 동(洞)이 설치돼 지금까지 누려 온 농촌 지역의 혜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수험생과 학부모다. 동 지역은 농어촌 수험생 특례 혜택이 사라진다. 올해 여주읍 3개 고등학교에서 212명이 농어촌 특례로 대학에 입학했다. 전체 진학생(290명)의 73%다. 여주군의 16세 미만 학생 1만7450명 중 1만542명(60%)이 여주읍에 살고 있다. 여주군 관계자는 “입시 혜택을 보려고 도시 지역에서 여주군으로 이사 온 주민들이 꽤 있다”며 “입시 혜택이 사라지면 이들을 묶어 둘 당근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동 지역 고등학교 수업료와 입학금도 오른다. 학생 1인당 연간 37만원이 늘어난다. 연간 115만원 정도의 농어민자녀 학자금과 농어촌교사 특별근무수당(월 11만원)도 받지 못한다. 주민세와 사업자의 면허세·국민건강보험료 등도 오른다. 김학모(전 수원지방변호사회 여주지회장) 변호사는 “군청 공무원 등 특정인에게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갈 뿐 오히려 주민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주군은 “수치로 따질 수 없는 장점이 많다”며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과 기반시설이 확대돼 기업체와 병원·학교·문화시설 등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행정서비스가 개선되고 투자 여건이 좋아져 땅값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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