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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이어 여성 납치 … 김동현 끝없는 추락

중앙일보 2012.05.30 00:19 종합 21면 지면보기
김동현(左), 윤찬수(右)
국가대표를 지냈던 전직 프로축구 선수 김동현(28)씨가 서울 청담동에서 납치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주목받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였지만 승부조작으로 인한 선수자격 영구 박탈에 이어 납치 강도까지…. 그의 인생은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1억 빚 시달리자 범행 결심
강남서 흉기로 40대 여성 위협
야구 선수 출신 윤찬수도 가담

 2002년 10월 청소년 국가대표로 출전한 아시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그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성인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4년 계약금 3억원에 프로축구 구단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포르투갈·러시아 리그에 임대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2010년 K-리그 경기의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돼 선수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그는 최근 1억원을 대출받아 지인의 회사에 투자했지만 대출이자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대출자금을 갚기 위해 납치를 계획했다. 김씨는 상무 시절 친분을 쌓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 윤찬수(26)씨를 끌어들였다. 투수로 활동한 윤씨는 2009년 LG에 입단했지만 지난해 10월 상무 제대 뒤 구단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5월 중순부터 경기도 수원에 있는 김씨의 집에 머물면서 함께 범행을 모의했다. 25일 오후 이들은 김씨 어머니 소유의 차량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차는 서울시내 대학에 주차했고, 택시로 범행장소인 강남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8시쯤 청담동 CGV 앞에서 발레파킹을 위해 시동을 켠 채 세워놓은 투싼 승용차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 차량을 타고 강남 일대에서 납치 대상을 찾던 이들은 26일 오전 2시20분쯤 강남구청 앞 대로에서 혼자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던 박모(45·여)씨를 발견했다. 이들은 박씨를 납치 대상으로 점찍고 뒤를 쫓았다.



 박씨가 청담동의 한 지하주차장에 멈춰 서자 트레이닝복 차림에 마스크를 쓴 김씨가 다가가 "순순히 말 들으라”며 칼로 위협했다. 김씨는 박씨를 태운 채 벤츠 승용차를 운전해 주차장 밖으로 나왔고 투싼 승용차에 타고 있던 윤씨도 뒤를 따랐다. 김씨와 윤씨는 박씨를 옮겨 태울 장소를 찾기 위해 인도 측 차로에서 시속 10㎞로 천천히 운행했다. 그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박씨가 차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당황한 김씨와 윤씨는 황급히 각자 차를 몰고 근처 골목길로 달아났다. 그러는 동안 박씨는 차도 한가운데로 달려가 한 택시를 멈춰 세우고 "벤츠 차량을 따라가 달라”고 요청했다. 택시에 타고 있던 승객이 경찰에 신고했고, 운전기사는 박씨를 태운 채 벤츠를 따라갔다.



 계획이 틀어지자 김씨와 윤씨는 200여m를 운전한 뒤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도주했다. 하지만 20분 뒤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신고를 받고 검문하던 경찰에 윤씨가 붙잡혔다. 현장으로 돌아와 투싼 승용차에 올라탄 김씨는 상황을 살피기 위해 경찰차를 뒤따르다 이를 눈치챈 형사에게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강도 혐의로 김씨와 윤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윤씨가 들고 있던 가방에서 가위·청테이프·끈이 발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출이자 압박이 심했다”며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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