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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암 명의 이름도 공개하라

중앙일보 2012.05.30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2일 암 수술 사망률이 낮은 병원과 높은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이 자료가 일제히 보도된 후 각 병원은 희비가 엇갈렸을 것이다. 몇 시간 뒤 병원협회는 성명을 내고 환자의 알권리 보장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수술사망률이 의료사고로 오인될 수 있어 환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료를 본 암환자들이 병원 선택을 바꾸고자 한다면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자료는 병원에 대한 평가자료이지 의사에 대한 평가자료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자료가 2010년 자료이니 그 당시에 수술을 잘했던 의사가 현재 해외연수를 갔거나 사망률이 높게 나온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환자들이 ‘선택권’을 행사하기에 도움이 되는 정보제공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자료는 병원들의 치료성적을 공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환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란 병원의 치료성과가 아니다. 얼마나 친절한가, 국제적인 인증을 받았는가, 만족도 조사에서 몇 위를 했는가는 더더욱 아니다.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는 ‘어떤 의사가 어떤 치료성과가 있는가’다.



 몇 달 전 아버지가 간암에 걸린 지인으로부터 이런 전화가 왔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니?’ 그 다음 질문은 ‘누구한테 가야 해?’였다. 환자들은 너무나 당연히 어느 병원뿐 아니라 ‘제일 잘하는 의사’를 알고 싶어한다. 따라서 진료성과에 대한 정보는 병원별뿐 아니라 반드시 의사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비 청구 시스템으로는 의사별로 진료성과를 알 수 없다. 정보를 의사별로 모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환자에 대한 정보는 너무 자세하게 모으고 있다. 병원은 환자의 주소, 주민번호까지 모두 보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어떤 의사가 어떤 의료행위를 했는가를 알 수는 없지만 누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는 너무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시작할 당시의 관료적인 청구심사체계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진료정보 수집의 틀을 환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병원별 정보수집 방식을 의사별 정보수집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의사들을 서열화하거나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의사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건강보험제도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모을지는 환자뿐 아니라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하다. 나쁜 의사를 가려내는 것보다 모든 의사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더욱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의사별로 진료성과가 공개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큰 병원으로 집중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지금은 국민은 큰 병원이면 모든 의료행위를 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방병원이나 작은 병원들도 잘하는 수술이 얼마든지 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의사별로 진료성과 정보를 공개한다면 굳이 국민이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



 중증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최고의 의사를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의사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치료 시기를 놓친다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환자들에게 하루빨리 의사별 진료성과 정보가 제공되길 기대한다. 환자들이 믿고 가까운 곳에서 적정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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