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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디자인 투자 효과, 기술 투자의 10배

중앙일보 2012.05.30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단순한 것이 최고다(simple is best)’라는 디자인 컨셉트는 정보기술(IT)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애플의 경영철학으로도 알려진 ‘편리한 디자인’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은 복잡해진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했다.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실제 혁신적인 제품으로 구현한 사람은 세계 최고의 IT 디자이너로 꼽히는 조너선 폴 아이브(Jonathan Paul Ive).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그의 손을 거친 혁신적인 제품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애플은 디자인 기업(designed by apple)으로 재탄생했고, 이제는 시가총액 5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먼지주머니여, 안녕(say goodbye to the bag)!’ 영국의 산업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 1983년 개발한 진공청소기(G-Force)의 디자인 슬로건이다. 당시로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먼지주머니를 없앤 혁신적인 발상과 강력한 집진방식의 진공청소기에 전 세계 주부는 열광했다. 다이슨은 이제 진공청소기 전 세계 매출점유율 1위, 자산가치 14억5000만 파운드 규모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시장은 이제 소비자가 중심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삶의 패턴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창조적 혁신에 있어서의 핵심은 ‘디자인적 사고’다. 관념 속에서 맴돌던 생각을 구체화하고, 기술과 소비자 수용성 간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디자이너의 능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디자인은 제품 생산의 ‘겉치레’나 ‘부수적 절차’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였고, 디자이너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요구되는 외관작업(styling)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디자인은 기술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과 감성의 융합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창조적 혁신의 시대에 디자이너의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술 투자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10배에 이르는 반면 비용회수 기간은 기술 투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디자인 투자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기술 투자 대비 2배, 매출효과는 3배에 이르는 등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높은 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디자인이 주도하는 제품 개발을 통한 기업혁신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에는 여전히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조차 미약한 실정이다. 이제 우리 기업도 디자인에 과감히 투자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소·중견기업도 디자이너를 채용하거나 디자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제품 기획에서 마케팅에 이르는 일련의 경영과정에서 디자인이 주도하는 창조적 혁신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겉치레요, 사치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디자이너를 창조적 혁신의 전면에 내세워야 할 때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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