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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 땐 자동차·소비재가 덕 본다

중앙일보 2012.05.30 00:00 경제 9면 지면보기
29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전날보다 10.70원 떨어져 1174.80으로 마감됐다. 사진은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강정현 기자]
주식시장이 기댈 곳을 잃었다. 유럽 상황은 악화되고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 경기는 지지부진하다. 불안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주가 못지않게 원화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25일에는 달러당 원화 값이 185원대에 이르러 7개월 만에 가장 낮아지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약세 수혜주가 불안한 증시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홍순표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주식시장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환율 영향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업종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떨어졌을 때 자동차·소비재·소프트웨어 업종 등이 실적과 주가가 함께 좋아졌다. 앞서 원화 값 급락기가 두 번 있었다. 모두 그리스 공포가 불거졌을 때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2010년 4월 27일 이후 한 달 동안 원화가치는 13.5% 하락했다. 또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연기됐던 지난해 9월 7일 이후 한 달간 원화가치가 12.5% 떨어졌다. 이때 기계, 조선, 자동차 및 부품, 소비재, 소프트웨어 업종 등의 주당순이익(EPS·12개월 선행 기준)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자동차와 차 부품 업종의 EPS가 각각 7%, 13% 크게 좋아졌다. 실적이 좋아지니 주가도 올랐다. 이 시기 코스피지수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올랐던 업종은 자동차·내구소비재·소프트웨어·디스플레이·전기통신서비스 등이었다.





 환율은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특히 한국 증시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외국인에게 중요하다. 주가가 올라도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이들의 투자 수익률은 떨어진다. BS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1110~1150원 사이에서 움직일 때 주식을 샀다. 하지만 원화가 1160원대가 되자 하루 평균 600억여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홍 연구원은 “4월 이후 외국인 순매도의 원인 중 하나는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환율이 안정된다면 외국인이 환차익을 겨냥해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 증시에서는 중국의 경기 부양에 관심을 갖지만 그보다 환율에 더 주목할 때”라며 “원화 약세를 누리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화 약세가 일시적인 흐름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외국인 자금 이탈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경기 둔화 위험 등으로 인해 달러당 원화 값이 당분간 1150원 위아래로 움직이는 저평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올 들어 1120~1140원 사이를 오르내리던 달러당 원화 값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지며 변동폭이 커졌다. 채현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고 자본 유출입이 완전 개방돼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면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 약세 수혜주에도 과거와는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엔화도 동반 약세여서 원화 약세에 따른 이익이 반감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수출품은 경쟁관계인 것이 많다. 이에 대해 조영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요즘 같은 엔화 약세는 일시적”이라며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에 원화 약세로 손해를 보는 업종도 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소재산업, 특히 철강산업이 대표적이다. 염동연 솔로몬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철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다만 철강업종 중에서도 국산 재료 비중이 크거나, 해외 자동차 관련 수출이 많은 기업은 오히려 영업이익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악재로 인한 원화 약세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면 역발상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달러 빚이 많은 기업도 피해 산업으로 꼽힌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만약 원화가 1300원, 1400원까지 간다면 달러 채무가 많은 공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추세로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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