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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자리 나도 안 앉는 여자, 이유 알고보니

중앙일보 2012.05.30 00:00 경제 6면 지면보기
LG생활건강의 장인정 브랜드매니저가 자신이 담당하는 헤어 제품들과 함께했다.


한 봉지짜리 염색약을 작은 세 봉지로 나누니 매출은 세 배가 됐다. 청담동 미용실 원장님과 샴푸를 개발해 내놓으니 1년 100억원이 팔렸다. ‘머리에 올인한’ 한 사람의 아이디어다.

헤어제품 점유율 30% 견인 … LG생활건강 장인정 매니저



 주인공은 LG생활건강 헤어부문의 장인정(35) 브랜드매니저. 지난해 5월 염색약 ‘리엔 흑모비책’을 새로 포장해 내놓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존 60g씩 담겨있던 것을 20g씩 세 봉지로 나눴다. 10여 년 전 나온 후 매년 10억원씩 팔리던 제품이었다. 용량을 쪼갠 후엔 30억원이 됐다.



 2009년엔 청담동 ‘이희 헤어앤메이크업’의 이희 원장과 손잡고 ‘이희 케어포스타일’을 내놨다. 수퍼마켓·홈쇼핑에서 파는 상품에 ‘원장님’의 이름을 넣자 1년 100억원 매출이 났다. 장 매니저는 매년 10%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LG생활건강 헤어부문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AC닐슨에 따르면 헤어제품 부문에서 LG생활건강의 점유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서며 성장하고 있다.



 그의 비결은 간단하다. 주변과 자신을 잘 살피는 것이다. 경기도 수지의 집에서 광화문까지 지하철로 출근하는 한 시간 반 동안 자리가 나도 앉지 않는다. 대신 의자 앞에 선다. 그는 “사람들의 머릿결과 탈모·비듬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길을 가다가도 머릿결이 좋은 사람을 보면 붙잡고 “무슨 샴푸를 쓰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지난해 초엔 한 달 동안 머리카락 반쪽만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회사에 다녔다. 염색약을 직접 테스트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출퇴근 길에 보니 스트레스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새치가 늘어 있었다”고 말했다. 세 봉지로 나눈 염색약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장년층의 머리 전체 염색이 아닌, 청년들의 부분 염색에서 활로를 찾은 셈이다. 가장 최근 작품은 ‘김태희 바코드’다. 엘라스틴 샴푸에 배우 김태희의 옆모습을 바코드로 그려넣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전체 포장용기까지 다 바꾸고 ‘김태희 샴푸’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달 리뉴얼한 이후 매출이 71% 늘었다.



 장 매니저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제품에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2002년 헤어부문으로 발령이 난 지 10년째. 그는 “머리를 울긋불긋 물들이는 유행이 꺾이면서 염색약 시장에도 힘이 빠졌다”며 “내가 고안한 신제품에 투자금 2000만원이 들어 회사가 반대했을 땐 ‘내 월급으로 하겠다’고 나섰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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