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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백혈병·위암 환자, 둘레길 90분 걷자…

중앙일보 2012.05.21 01:0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지난 12일 오전 ‘지리산 둘레길 건강 체험’ 참가자들이 삼화실~대축 구간을 걷고 있다. 참가자들은 체험 전후 혈당·혈압수치를 측정해 둘레길 걷기의 건강 효과를 확인했다. [김수정 기자]


“와~ 걸어야겠네, 걸어야겠어. 둘레길이 이렇게 좋다니.” 당뇨병·암환자 5명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들은 지난 12일 지리산 둘레길을 걸은 뒤 놀라운 신체 변화를 경험했다. 산림청은 5년간 전북도·전남도·경남도에 걸친 지리산 20개 구간에 총 274㎞의 지리산 둘레길을 조성했다. 오는 25일 개통식을 한다. 산림청 숲길정책팀 송영림 주무관은 “지리산의 문이 활짝 열려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산림청과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둘레길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지리산 둘레길 건강 체험’을 진행했다. 환자 5명의 생생한 경험담을 소개한다.

“와~혈당이 뚝 떨어졌네” 둘레길 90분 걸은 하미영씨 깜짝 놀라다





부산대병원 자연의학 치료 병행 통합센터 열어



지리산 둘레길의 모습. 하동 대축 원부춘 구간. [신동연 선임기자]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 경남 하동군 적량면 동리 삼화실에 둘레길 건강 체험자들이 모였다. 삼화실(三花實)은 세 가지 꽃과 열매를 말한다. 복숭아꽃·배꽃·오얏꽃이다. 체험자들은 부산대병원에서 진료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 2명, 암환자 3명(위암 1명, 백혈병 2명)이다.



 이현주(52·부산시 북구), 박임순(78·여·부산진구)씨는 당뇨병이 있다. 강미자(53 여··부산시 동래구), 하미영(46·여·부산시 사하구)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받았다. 유애옥(54·여·부산시 북구)씨는 위암으로 위·비장·쓸개를 절제했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부산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보현 교수와 간호사, 영양팀장이 동행했다. 부산대병원은 이달 의학적 치료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연의학·운동치료·심리행동치료 등을 병행하는 통합의학센터를 오픈했다. 길 안내를 위해 사단법인 숲길 이상윤 상임이사가 함께했다. 출발 전 환자 5명의 혈당과 혈압을 측정했다. <표 참조>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둘레길을 걷기 전후 변화를 관찰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걸을 거리는 삼화실~대축 구간 16.9㎞ 중 약 4㎞ 구간. 둘레길은 산의 둘레를 따라 일주하는 여행길이다. 산의 주위를 돌지 않는 둘레길도 있다.



 오전 10시께 둘레길 체험이 시작됐다. 이날 기온은 최저 11도, 최고 22도로 걷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옹기종기 붙은 가옥 몇 채를 지나자 길에 화살표 모양의 이정표가 보였다. ‘지리산 둘레길’.



병원서 혈압·혈당 체크 … 오전 10시 걷기 시작



둘레길 옆을 흐르는 조그마한 계곡물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계곡과 폭포에선 음이온이 방출된다. 신체적·정서적 이완 효과가 있다. 음이온은 심리가 안정될 때 뇌에서 나오는 알파(α)파를 증가시킨다.



 조금 더 길을 따라 들어가자 ‘밥봉’이 눈길을 끌었다. 숲길 이상윤 상임이사는 “밥을 가득 담아 놓은 밥그릇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택한 둘레길은 첫 40분간 비탈길을 올라가야 한다. 참가자들의 이마와 등에 살짝 땀이 뱄다. 하지만 더위는 오래 가지 않았다. 마치 의장대를 사열하듯 갈대가 좌우로 늘어선 곳을 지났다. 지리산 바람과 만난 갈대가 ‘쏴~ 쏴~’ 소리를 내며 땀과 더위를 쓸어갔다. 이현주씨가 탄성을 내뱉었다. “아~ 시원해.” 나뭇잎·새·계곡물소리에는 리듬이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신경을 안정시킨다.



 둘레길 양 옆으로 엉겅퀴·고들빼기꽃·개민들레·국화·떡쑥·꽃다지·진달래꽃·두릅·뽕나무순·취나물·칡순·산미나리 등이 널려 있다. 위암에 걸렸던 유애옥씨는 “이게 다 보약이에요. 보약”이라며 신이 났다. 박임순씨는 “산미나리는 향이 참 좋아”하며 코로 가져갔다.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수백,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나타났다. 이상윤 상임이사는 “소나무가 우점종(優占種)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송홧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이라고 말했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에선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 피톤치드는 항균·항산화·항염증 작용을 한다.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과 폐 건강에 좋다. 숲의 산소는 도시보다 약 2% 높아 신체활동을 깨운다. 미세먼지도 최대 수천 배 적다. 하미영씨는 “가슴과 눈이 시원하다”고 했다.



 1시간 반 정도 걸어 둘레길 말미에 접어들었다. 유애옥씨가 찔래순을 꺾어 씹었다. “입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요.” 자동차 3대 크기의 개구리 바위가 둘레길 여정의 끝을 알렸다.



참가자들 좋아진 몸 스스로 느껴 “신기하다”



체험자들은 다시 혈당과 혈압을 측정했다. 4㎞ 둘레길 걷기의 효과는 놀라웠다. 혈당 수치는 5명 중 4명이 떨어졌다. 혈압은 비탈진 산길을 오른 것에 비하면 출발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참가자들은 신기해했다. “와~ 운동해야겠네, 운동해야겠어.”(이현주 씨), “중간에 과일 음료수를 마셨는데도 혈당이 이렇게 떨어졌네.”(유애옥 씨)



 둘레길 걷기로 가장 큰 효과를 확인한 건 백혈병을 앓은 하미영씨다. 둘레길 출발 전 290㎎/dL였던 혈당 수치가 127㎎/dL로 낮아졌다. 하씨는 당뇨병이 있는 것도 모른 채 지내다 이날 체험에 참가하며 환자임을 알게 됐다. 하씨는 “천천히 걸었을 뿐인데 신기하고 놀랍다. 오늘 참가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김보현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는 주 3~5회, 한 번에 30~40분 정도 약간 힘들게 걷기를 권장한다”며 “걷기를 통한 혈당 강하 효과는 12시간~3일간 지속된다. 둘레길 같은 숲길을 걷는 것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강미자씨의 혈당은 92㎎/dL에서 100㎎/dL로 조금 올랐다. 김 교수는 “혈당이 70 ㎎/dL 밑으로 떨어지면 저혈당이다. 신체가 정상 혈당을 유지한 결과로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25일 274㎞ 지리산 둘레길 통합 개통





산림청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밤재(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경계)에서 지리산 둘레길 통합개통식을 개최한다. 5년간의 조성 사업으로 지리산 20개 구간, 총 274㎞의 둘레길을 완성했다. 최근 마지막 구간으로 조성된 둘레길은 당재~목아재(7.8㎞), 기탄~송정(11.3㎞) 구간이다. 자세한 정보는 지리산 둘레실 홈페이지(www.trai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통식에 앞서 사전행사로 5월 9일부터 23일까지 지리산 둘레길 274㎞를 걷는 ‘이음단’ 2개 조를 운영한다. 이음단원의 걷기 전후 스트레스·혈액순환·심박수 등을 측정해 둘레길 걷기의 건강 효과를 확인한다. 24일에는 둘레길 등 숲길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숲길 현장포럼’을 연다. 산림청 산림이용국 전범권 국장이 ‘최고의 산림교육의 장, 숲길’, 호남대 조경학과 오구균 교수가 ‘지속 가능한 숲길의 유지·관리 방안’을 발표한다.



(※당제~목아재, 하동읍~서당 구간은 파생(派生)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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