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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이냐" 시큰둥 하던 환자, 수술 받더니

중앙일보 2012.05.21 00:30 종합 18면 지면보기
18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하마드(왼쪽)와 아버지 무함마드(오른쪽)가 주치의인 이상훈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아프거나 당기는 곳은 없나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센터 6층 특실을 찾은 정형외과 이상훈(41) 교수는 영어로 질문을 던지며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누운 채로 왼쪽 다리에 관절운동기구를 끼우고 운동 중이던 환자는 “좋다. 근육에 힘이 더 잘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온 하마드 알 카비(25). 이틀 전 이 교수에게서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무릎뼈의 위치가 자주 어긋나 주변의 뼈와 근육·인대 등을 절단해 적절한 위치로 옮기는 수술이었다. 아부다비 현지 병원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경과가 좋지 않아 한국까지 오게 됐다. 이 교수는 “환자의 골(뼈) 구조가 일반인과 약간 달라 고려할 것이 많았고, 재활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력이 약해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마드에게 한국 병원을 추천한 이는 그의 친형인 아부다비보건청의 자말 알 카비(37) 대외협력국장. 알 카비 국장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아부다비보건청이 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 등 국내 대형병원 4곳에 환자를 보내는 계약을 체결했을 때 한국에 왔었다. 해외 의료협력 관련 핵심 간부다.



 아부다비보건청은 현지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을 정부에서 계약한 외국병원으로 보낸다. 의료비도 정부가 부담한다. 아부다비보건청에서 한국에 보내 치료를 받은 환자는 6개월 만에 8명으로 늘었다. 간·신장 이식, 암환자 등 치료가 어려운 이들이 많았지만 모두 수술 결과가 좋았다. 의뢰 받거나 절차를 진행 중인 환자도 18명이다. 알 카비 국장은 “한국 병원을 둘러보니 시설과 의료진이 우수해 가족이 아프면 꼭 데리고 오겠다고 마음먹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형이 한국으로 가자고 했을 때 동생은 “왜 한국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아부다비에서는 독일·미국 등으로 가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하마드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는 한국 선수(박지성)’ 정도였다. 형의 설득으로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하마드는 “메디컬 코리아에 반했다. 형이 오자고 한 이유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교수(주치의)가 모든 것을 확인하고 믿음을 줬다”며 “목 수술을 받으러 독일로 가려는 친구가 있는데 한국 병원을 적극 추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알 카비 국장은 이날 동생을 보러 병원을 찾았다. UAE 정부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등을 벤치마킹하라고 마련한 핵심 고위급 간부들의 특별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지난 6일 왔는데 동생 때문에 더 머무르고 있다. 병원에는 형제의 아버지 무함마드 알 카비(61)도 있었다. 그는 아들이 입원 치료를 받는 중에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에서 척추검사를 받았다. 갑상선 기능 검사도 받을 예정이다. 알 카비 국장은 “처음엔 한국행을 의아해 했던 환자들이 모두 만족스러워 한다”며 “더 많은 환자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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