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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 글로벌 경제 진단과 한국의 대응

중앙일보 2012.05.21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오른쪽)와 사공일 본사 고문이 1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그리스 유로존 탈퇴 등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유럽 사태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탈퇴 가능성과 그 후폭풍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도 예외일 수가 없다. 본사 고문인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대담을 통해 현 상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대담은 18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새로운 금융 환경과 아시아’ 국제콘퍼런스 직후 진행됐다.

“유럽,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감당할 능력 없다”





참석자 :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 사공일 본사 고문(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사공일=한국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한국 내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대외 변수 탓이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순간이다. 글로벌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로치=근본 원인은 글로벌 불균형에 있다. 주요 선진국-신흥국 사이 교역 불균형뿐 아니라 두 지역 모두 내부의 불균형 문제에 봉착해 있다. 중국인들이 소비는 하지 않고 너무 많이 저축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사공=중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고 저축을 줄이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런 변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그들이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로치=불균형 문제가 중장기 이슈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경제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선 중국 지도부가 올해 성장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불균형이 당면한 문제라는 얘기다. 



 ▶사공=불균형은 엄연히 실재하는 문제다. 하지만 발등에서 불이 타고 있다. 유럽 위기다. 그리스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유로존을 떠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모든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치=시장은 그리스 탈퇴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도록 내버려 둘 처지가 아니다. 일단 그리스가 탈퇴하면 시장은 다음에 어떤 나라가 떠날지를 두고 투기를 벌일 것이다.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대규모 구제금융 펀드를 마련했지만 그리스 탈퇴 이후 불어닥칠 폭풍을 막을 장벽은 세상에 없다.



 ▶사공=내 생각도 그렇다. 유로 시스템이 탄생하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무엇보다 유로화는 경제적 필요보다 정치적 동기에서 탄생했다.



 ▶로치=맞다. 경제논리보다 정치의지가 더 큰 역할을 했다. 또 독일은 통일할 때 서독과 동독 화폐 교환 비율을 1대1로 정했다. 경제 실상을 감안하면 1대30이 적절했다. 이런 정치적 결단을 한 독일 국민이 그리스를 지원하고 유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너무 엄격하게 굴 필요가 없다. 



 ▶사공=최근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로치 교수는 비관론자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데 당신은 중국 경제를 장기적으로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아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로치=루비니 교수는 중국 경제를 아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껄껄 웃으며) 그는 우리들의 삶 자체도 비관적으로 볼 것이다.(‘삶 자체도 비관적으로 본다’는 말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로치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로치가 미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그린스펀의 응수였다) 



 ▶사공=중국 성장률이 어느 정도가 될 때 경착륙이라고 할지 분명히 해야 하지만, 그런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로치=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경착륙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재정 적자가 심하지 않다. 실물 경제가 흔들리면 재정 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 물가 상승률도 높지 않다. 여차하면 돈을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사공=일본 경제는 오랜 세월 침체 상태다. 일본 정부가 이런저런 처방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좀체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로치=고이즈미 총리가 2006년 9월 물러난 이후 일본엔 진정한 정치 지도자가 없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25% 수준이다. 일본인들이 저축을 많이 하고 있는 덕분에 일본 정부가 그 많은 빚더미를 견디고 있다. 불황이 더 이어져 저축할 여력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공=미국은 한국의 주요한 교역 파트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더 긴밀한 관계가 됐다. 미국 경제의 활력이 한국에는 여전히 중요한데, 최근 미국 정부가 갖다 쓸 수 있는 부채 한도가 꽉 차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로치=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빠르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미 경제의 최대 엔진인 소비가 문제다. 요즘 소비는 연평균 0.6% 정도 늘어날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10년 동안에는 연평균 3.6%씩 증가했다. 경제가 언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지 걱정이다.



 ▶사공=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과도 FTA를 맺었다. 그런데 한국의 주요 파트너들이 불안하다. 한국은 중국에 소비재가 아닌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사다가 제품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에 팔고 있다. 선진시장이 불안하면 중국 수출이 줄고 우리가 영향받는 구조다.



 ▶로치=한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정말 대응을 잘해야 하는 순간이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중국 소비시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금융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부 충격파에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스티븐 로치=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경제 분석가로 일했다. 1982년부턴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2005년 부동산 거품을 경고해 주목받았다. 2007년 4월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했고, 올 2월 월가를 떠나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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