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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05> 미얀마 민주화는 현재진행형

중앙일보 2012.05.21 00:00 경제 13면 지면보기
최익재 기자
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로 오랫동안 군부독재에 시달렸던 미얀마가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아이콘인 아웅산 수치(67)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정부는 개혁을 위해 민주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그동안 미얀마를 고립시켰던 제재 조치를 서둘러 완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을 짚어 보겠습니다.


군부 출신이 요직 장악 … 아웅산 수치의 야당 압승했지만 앞길 험난



민주화 불씨 지핀 ‘미얀마의 봄’



지난 3월 31일 미얀마 양곤의 남부 와틴카 마을에서 주민들이 아웅산 수치 여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수치 여사가 이끌고 있는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다음날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수치 여사는 이 선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게 됐다. [양곤 AP=연합뉴스]


지난달 2일 아웅산 수치 여사는 자신이 이끄는 야당 NLD 당사에서 “야당의 보궐선거 승리는 새로운 시대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보궐선거에서의 승리는 NLD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 모두가 참여해 국가화합과 번영을 일궈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4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선거에서 NLD는 43개 선거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버마(미얀마)의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또 버마 정부가 개방과 투명성, 그리고 개혁의 길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3월 미얀마에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민간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다. 국제사회는 이번 선거가 군부의 개입이 극심했던 이전 선거와는 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얀마 민간정부의 민주화 개혁 의지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4월 보궐선거는 미얀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며 “하지만 아직도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미얀마의 국호는 버마였다. 62년 쿠데타로 군사 정권이 들어선 이후 버마는 군부독재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88년에 발생한 대대적인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군부는 이듬해 국호를 미얀마로 바꿨다. 국제사회에서의 독재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후 미얀마는 줄곧 군부의 통치하에 놓였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지난해 취임한 세인 대통령은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단계적인 민주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 안팎에선 ‘아웅산 수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작지 않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군사독재에 익숙해져 있는 미얀마 사회가 단기간에 기대만큼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실제 NLD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해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지만 권력 구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간정부가 출범했지만 대통령 등 정부와 의회의 요직은 여전히 군부 출신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세인 대통령도 군 장성 출신이다. 게다가 군부의 지원을 받는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2010년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76.5%를 차지했다. 특히 군부가 제정한 헌법에 따르면 전체 의회 의석의 25%를 군인들에게 할당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헌법 개정 등 정치 시스템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치 여사가 역량을 발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미얀마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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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여사의 일생은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과 궤를 함께한다. 미얀마 독립을 이끈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그는 15살 때부터 28년간 외국에서 생활했다. 47년 아버지가 암살당한 후 60년 인도 대사를 맡은 어머니 킨 치 여사와 함께 해외로 나간 수치 여사는 이후 인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유엔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수치 여사는 영국인과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귀국하게 된 88년이 그의 인생의 기로였다. 귀국 후 마침 대대적인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군정에 짓밟히고 있는 조국의 실상을 체험한 그는 미얀마에 남기로 결심했다. 그해 바로 야당인 NLD를 결성해 미얀마 민주화에 앞장섰다. 이후 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가택연금 상태에서 보내야 했다. 군사정권이 수치 여사를 최대의 정적(政敵)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90년에 실시된 총선에서 수치 여사의 NLD는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군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가택연금으로 인해 상을 직접 받을 수 없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는 그 대신 가족이 참석했다. 99년 남편 마이클 아리스가 영국에서 사망했을 때도 수치 여사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가 재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다. 가택연금 등으로 정치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의 민주화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덧 수치 여사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010년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후 2011년 미얀마에 민간 정부가 들어서자 그의 민주화 운동은 현실 정치 속에서 구체화됐다. 결국 지난달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미얀마 정치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다음 달 영국과 노르웨이를 방문할 예정인 수치 여사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인 행보를 펼칠 계획이다.



미국·중국 등 열강 미얀마에 구애 경쟁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에 맞춰 국제사회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열강들은 미얀마의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해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벌이고 있다. 또 미얀마가 보유하고 있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원유와 목재 등 막대한 천연자원도 큰 매력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얀마에 대해 조건부 지원을 약속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초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에서 수치 여사를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수치 여사는 “우리가 함께 전진한다면 민주주의로 향하는 길에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며 “미국이 미얀마 내정에 깊게 관여한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도 “당신은 변함없는 깨끗한 리더십을 지닌 여성”이라며 “미 정부는 수치 여사뿐 아니라 미얀마 정부와도 민주화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양국 간 외교관계를 대사급으로 정상화하고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통해 미얀마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아태지역 중시 외교정책으로 전환한 이후 미얀마와의 협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국제사회에서 급속히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선 먼저 중국의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서방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은 미얀마를 유일하게 지원했던 국가다.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은 고립된 미얀마 정부의 후견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자신의 위상이 흔들리게 되자 미얀마에 대한 지원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얀마를 인도양 진출의 통로로 여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중국은 미얀마와 미국의 관계개선이 인도양에 대한 접근권과 중동의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지름길을 확보하는 데 위협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미얀마에 고위 관리에 대한 비자 발급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1년간 유예키로 했다. 또 향후 1억 5000만 유로(약 23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얀마에 대한 채권 3000억 엔(약 4조1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탕감해 주기로 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현재 미얀마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발전과 민주화 개혁”이라며 “이를 위해 서방과 중국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얀마 정부의 실질적인 민주화 개혁이 서방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수치 여사는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는 민주국가로 가는 과도기에 있기에 아직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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