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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일단 잡숴 보세요

중앙일보 2012.05.21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불황에도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밥집이 있다. “여기서 잡솨 보면 다른 데서 못 잡솨요. 밥도둑이 따로 없다니까요!” “일단 잡솨 보세요. 고향에서 먹는 맛이에요!” 입소문을 타고 손꼽히는 맛집이 되면 주변 직장인뿐 아니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더욱 북적인다.



 맛집 검색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칭찬 글을 접하게 되지만 ‘잡솨’란 표현은 잘못됐다. “잡솨 보면” “못 잡솨요” “일단 잡솨 보세요”는 “잡숴 보면” “못 잡숴요” “일단 잡숴 보세요”로 바루어야 한다.



 ‘잡솨(잡소아)’는 ‘잡소-’란 어간에 어미 ‘-아’가 붙은 꼴이다. ‘잡솨’가 맞는 표현이 되려면 ‘잡소다’는 동사가 있어야 가능하다. ‘먹다’의 존대어 중 ‘잡소다’는 말은 없고 ‘잡수다’가 있다. ‘잡수다’의 어간 ‘잡수-’에 어미 ‘-어’가 결합한 형태인 ‘잡숴(잡수어)’로 표기하는 게 바르다. “직접 담근 술인데 잡숴 보시겠습니까?”와 같이 써야 한다. 간혹 “여러분도 꼭 잡사 보세요”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잡숴’로 고쳐야 맞다.



 음식 따위를 입을 통해 배 속에 들여보내다는 뜻의 동사 ‘먹다’를 높이는 말에는 ‘잡수다’ 외에도 ‘들다, 자시다, 잡수시다, 잡숫다’ 등이 있다. ‘자시다’와 ‘잡수다’는 “오미자차 들어요”와 같이 쓰이는 ‘들다’보다 존대의 정도가 높다. ‘잡수시다’는 ‘잡수다’에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시-’가 붙은 것으로, ‘잡수다’를 한 번 더 높인 말이라고 보면 된다. ‘잡숫다’는 ‘잡수시다’의 준말이다.



 정리해 보면 ‘먹다<들다<자시다<잡수다<잡수시다(잡숫다)’ 순으로 존대의 정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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