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일병처럼 군 의문사 또는 가혹행위로 자살한 장병들도 앞으로는 순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유족들이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에 반발해 찾아가지 않은 시신이나 유골은 129구에 이른다. 전국의 군 병원에 23구가 안치돼 있고, 화장한 뒤 군 ‘영현소대’에 보관 중인 유골이 106구다. 부검을 하면 시신이 부패하기 때문에 화장해 유골 상태로 영현소대에 안치한 것이다.
1998년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벙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훈 중위도 이번 훈령 개정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중위의 유골은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보급대대 영현창고에 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의문사위는 2009년 10월 김 중위의 사망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관련 규정이 없어 군 의문사위는 국방부에 순직권고를 하지 못했다. 항의의 의미에서 유골을 찾아가지 않은 김 중위의 아버지 예비역 중장 김척(68·육사 21기)씨는 “군이 왜 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전공사상자처리 훈령’을 개정해 시행하면 이들 원혼 중 상당수는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현충원에 묻힐 수 있다. 또 사병 기준 500만원에 그쳤던 유족 보상금도 9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국방부 관계자는 “행정심판을 통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이나 군 의문사위에서 순직권고를 받은 경우가 특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의문사 장병들 일부는 심의 결과에 따라 순직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많은데도 국방부가 규정을 들며 거부해 왔다. 양측이 훈령 개정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정용수·한영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