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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빼돌려 호화 교장실 꾸민 학교 108곳

중앙일보 2012.05.18 00:00 종합 20면 지면보기
#. 서울 A초등학교에 다니는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30여 명은 지난해 무상으로 제공되는 방과후 학교 바우처(자유수강권)로는 수영 과목밖에 들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교장이 부당하게 수의계약한 특정 수영장을 밀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이 업체에서 총 1억395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았다. 그 대가로 업체가 챙긴 수익은 4700만원이었다.


8개 시·도교육청 감사서 적발

 #. 경기도 B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운영비에서 부당하게 전용한 예산 5800만원으로 교장실을 두 배로 확장했다. 그 가운데 2800만원을 새 소파 등을 구입하는 데 썼다. 서울 C고교는 정부에서 지원받은 교과교실제 사업비 2300여만원으로 교원 휴게실 리모델링을 하며 안마의자, 침대, 발마사지기를 샀다. 이명박 정부가 각급 학교의 학교장 자율권을 강화하면서 교장의 권한은 커졌지만, 이와 동시에 각종 건설 비리와 예산 낭비 또한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의 공사 발주권을 대폭 확대했지만, 권한 남용에 대한 감시나 처벌을 느슨하게 하는 바람에 매년 6조원의 혈세가 줄줄 샌 것이다.



 감사원은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8개 시·도교육청에 대해 2008년부터 올해까지 벌인 4년간의 감사 결과를 이같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교장을 비롯한 계약 담당자들의 부풀리기, 불법 수의계약, 리베이트 수수 등 불법이 횡행했다.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8개 시·도교육청의 26%(2384개교)에서 건설업 미등록 업체와 3876건, 액수로는 619억원에 달하는 부당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설계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업체가 제출한 견적 그대로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는 친인척, 지인에게 맡기는 사례가 빈발했다. 특히 경기교육청에서는 지난 4년간 91곳의 학교에서 8억원, 서울교육청에선 17곳이 1억8200만원을 학교운영비 등을 전용해 필요 이상의 호화교장실을 꾸미는 데 썼다.



 무리한 실적 위주의 교육정책도 예산낭비에 한몫했다. 정부가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듣게 한다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교과교실제가 대표적이다.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4800개 교실을 변경했지만 2014년 목표 달성에 급급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불필요한 증축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실 재배치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지원한 탓에 영어 전용교실 등 기존 사업비와의 중복지원으로 848억원의 예산 낭비가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품·향응수수, 횡령 등을 저지른 146명에 대해 파면·정직이나 수사를 요청했으며, 연루된 2493개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 참가제한 등의 조치를 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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