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시대 물건의 수량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되던 ‘각기목(刻記木)’의 존재가 처음으로 일반 공개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임경희 학예연구사는 1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학술문화운동단체 ‘문문(文文)’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마도 1·2호선에서 출토된 이 나무 막대기들이 그 동안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각기목’이었음을 밝힌다.
‘각기’란 물건을 출납할 때 그 내용과 수량를 나무에 새기는 행위를 말한다. 서긍의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고려시대에는 수를 계산하는 주판(籌板)이 존재하지 않았다. 관리가 돈이나 비단을 출납할 때 계리(計吏)는 수량을 나무조각에 칼로 파서 새긴다. 물건 하나를 기록할 때마다 한 자국을 긋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각기목에는 가로줄(ㅡ)이나 사선(/), 엑스(X)자가 새겨져 있는데 가로줄 하나가 한 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선이나 엑스자가 의미하는 수량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둘 다 가로줄보다는 큰 숫자이며 엑스자는 10을 뜻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시대의 유물 중에는 수량를 한자로 적어 놓은 나무판인 목간(木簡)도 존재한다. 목간과는 달리 각기목의 중간에는 잘록하게 홈이 파여져 있다. 이 홈에 끈을 묶어 짐에 매달아 짐 안에 있는 수량을 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임경희 학예사는 “기다랗고 홈이 있는 각기목에 끈을 달아 짐에 부착하는 것이 신속한 적재와 운송에 더 유리했을 것”이라며 “한자를 읽지 못하는 뱃사람이나 운반하는 인부들이 쉽게 수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자가 아닌 기호로 적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