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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불량 고객 11%, 옥석 가려 마케팅 달리 해야

중앙선데이 2012.05.13 01:20 270호 23면 지면보기
멀쩡한 회사원이 어느 날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일은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졌다. 주기적인 경제위기와 불황의 여파로 신용카드 결제대금과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급기야 연체와 파산위기에 내몰리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개인적 경제기반이 일거에 무너지는 상황이 빈번해지자 이들을 고객으로 삼은 금융회사들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딜로이트와 함께하는 Big Data 경영 ③ 불확실성 시대, 금융회사의 선택

최근 딜로이트가 미국 내 금융회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간(2008년 9월~2010년 8월) 연체나 파산 등 실질적인 신용불량 상태에 처한 개인이 전체의 11%에 달했다. 멀쩡한 고객 9명 중 한 명꼴로 관리 대상 고객군으로 전락한 셈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신용카드 대금 연체나 대출금 회수 불능을 줄이는 등 손실 최소화 방안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그 11%의 고객을 천덕꾸러기로 단정할 수 있을까. 11%의 신용위기 고객 중 38%는 1년 안에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신용상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의 ‘불량고객’ 상당수는 신용 악화가 일시적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우량고객군으로 돌아갈 의지와 자신감을 어느 정도 지닌 셈이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이들에 대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까.

역시 답은 데이터에 있다. 11% 전체를 불량고객으로 뭉뚱그려 관리하는 건 최선이 아니다. 영업 과정을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심층적으로 불량고객을 세분화해야 한다. 일정 기간 안에 신용을 회복해 은행에 수익을 안겨 줄 고객군과 그렇지 못한 고객군을 구분해 상이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회생가능성이 높은 집단에는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해야 한다. 갈수록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가운데 현명한 대비책은 빅데이터 분석이다. 기업 안팎의 방대한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리스크를 줄이고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군별로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다.
먼저 산재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전사적으로 통합한다. 빅데이터는 유기적이고 분석 가능한 형태로 평소 관리해야 필요할 때 쓸모가 있다. 금융권의 경우 고객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대금·사용내용·신용등급 등이 내부적인 정형 데이터다. 이를 일정 지역이나 직종의 실업률 변화와 제품 구매 패턴, 관련 소셜미디어 데이터 등 외부 데이터와 결합한다. 이를 통해 신규 불량고객군 중 우량고객 전환 가능성이 큰 집단을 추려 낼 수 있다.

둘째는 분석기법을 적용하는 단계다. 빅데이터 시대의 애널리틱스(analytics)란 수리 통계와 인공지능 방법론을 이용해 실행 가능 전략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통합된 회사 내·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예측하거나 수익 창출 가능한 고객을 식별해 내는 작업이다. 이어 고객군별로 구체적 성향이나 특성·욕구에 따른 차별화된 대응 모형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의사결정에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단계다. 금융회사의 경우 여신심사 절차 중 신용평가 등 극히 제한된 분야를 빼면 애널리틱스 예측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빈도가 낮다. 따라서 신규 불량고객군 중 수익 가능 고객 재분류나 추가적인 금융상품 제공, 사후 여신·채권관리 등 금융회사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애널리틱스 결과를 적용해 실행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의 성공 적용사례는 허다하다. 남아공의 대형은행인 퍼스트랜드(FirstRand)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연체고객이 늘고 손실이 급증했다. 큰돈을 들여 구축한 채권 회수 예상 모형에 따라 연체·파산 예상 고객을 골라내 회수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막상 손실 규모가 커지자 예측의 정확성과 집행의 효율성이 의심스러워졌다. 경영진이 자체 업무 진단을 해 본 결과 기존의 고객 세분화 방법이 실제 고객 유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아공의 경우 고객 계층이 흑백 인종과 소득 수준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형성돼 주로 인구통계학적 정보로 고객을 분류해 왔는데, 이런 분석 데이터와 통계방법으로는 연체고객의 복잡한 특성을 잡아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선 소셜미디어와 모바일기기를 통해 유통되는 이른바 ‘SoMoLo(Social, Mobile, Location) 정보’를 수집해 고객 행동 특성을 파악했다. 이어 인공지능 기법을 도입해 고객군을 세분화했다. 이 결과 고객군별로 차별화된 회수전략을 구사해 회수금액이 20% 늘었다. 회수방법을 효율화함으로써 회수비용이 30% 이상 절감됐다. 또한 고객군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펼쳐 고객 이탈을 막고 신상품 판매에 성과를 거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월 발표한 미국 상업은행 연체율 추이를 보면 2010년 1분기 이후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연체율이 꾸준히 감소했다. 11%의 신규 불량고객 중 상당수가 정상고객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고객 세분화 분석으로 불량고객 중 잠재적인 우량고객을 가려내고 선점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인 셈이다.

빅데이터 분석에는 ‘SoMoRo’ 필수
‘소모로(SoMoLo) 정보’의 가세로 빅데이터는 금융업뿐 아니라 제조·의료·스포츠·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의 세계적 협상전문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박빙의 구기 종목에서 선수는 어디에 생각을 집중해야 할까”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승리’라고 답했지만 정답은 ‘공’이었다. 성공하려면 승패 자체보다 상황에 몰입하라는 이야기다. 경영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영 의사결정은 단기 목표보다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방향성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에 집중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는 여기에 이르는 효과적인 도구다.

외부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빅데이터 시대의 등장은 새로운 도전이다. 위협과 기회가 공존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의 강국이 됐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널리 보급된 대표적인 나라다. 소셜미디어 문화도 활발한 편이다. 양질의 빅데이터가 풍부한 환경이다. 이는 애널리틱스와 유관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자양분이 되고 기업생산성을 높이는 기회요소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많이 보유했다고 곧바로 선진경영이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고 성급하게 대규모 관련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상급자와 오랜 경험자의 경험과 암묵지를 존중하고,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우리 기업문화 속에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호락호락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빅데이터 활용 경영을 하려면 조직이 공감하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현정 이화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산업은행 리스크 관리본부에서 일했다. 딜로이트컨설팅 데이터 애널리틱스센터 이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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