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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나온 홈런왕은 잊어주세요

중앙일보 2012.05.12 00:30 종합 12면 지면보기
거포의 체형이 바뀐다. 올해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는 강정호(25·넥센)와 정성훈(32·LG)이 이끌고 있다. 두 선수는 9, 8개로 부문 1, 3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둘의 홈런 행진은 야구계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홈런 선두권 질주 강정호·정성훈

강정호는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09년의 23개, 정성훈은 2005년 17개로 부문 5위 안에 든 적이 한 차례도 없는 중거리 타자다. 체형도 전형적인 슬러거와는 거리가 멀다. 날렵한 타자들이 육중한 거구들이 점령하던 홈런 타자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불리한 체격조건을 노하우로 극복=홈런은 힘과 스피드의 완전한 결합에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힘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5년 동안 프로야구 홈런왕에 올랐던 최형우(삼성),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 등은 몸무게가 100㎏을 넘거나 그에 가까웠다. 체격 조건이 좋아 힘이 센 선수가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두 선수는 이런 통념을 깨뜨리고 있다. 강정호의 키는 1m83㎝, 몸무게는 82㎏이다. 정성훈도 그와 비슷한 1m82㎝·83㎏으로 프로야구 평균 정도의 체격이다. 둘은 크지 않은 체격에서 오는 약점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다. 강정호는 올해 들어 공을 맞히는 지점을 앞으로 옮겼다. 지난해까지 히팅포인트를 왼무릎 부근에 뒀다면 올해는 왼무릎 앞에서 공을 맞히고 있다. 이런 타격은 타구에 전해지는 힘을 최대치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박흥식 넥센 코치는 “손목 힘이 워낙 좋은 선수다. 앞쪽에서 맞기만 하면 큰 타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성훈은 왼쪽 다리를 높이 들어올렸다가 타격 때 완벽한 중심 이동으로 장타를 생산한다. 멀리 치기의 기본은 많이 꼬았다가 단숨에 푸는 것이다. 정성훈은 상·하체를 모두 이용해 숨은 힘을 만들어낸다. 김무관 LG 타격코치는 “노림수가 좋아 타이밍도 잘 잡는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홈런왕도 홀쭉이=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2년 전부터 홈런 타자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1m83㎝·86㎏으로 강정호·정성훈과 체격이 비슷한 호세 바티스타(토론토)는 2010년 54홈런, 2011년 43홈런으로 2년 연속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2009년 13홈런에 그쳤던 선수가 1년 만에 네 배가 넘는 홈런을 쏟아내자 모든 사람이 놀랐다. 바티스타의 타격은 정성훈과 강정호의 그것을 합쳐놓은 것과 같다. 그는 2010년부터 왼쪽 다리를 두 배 가까이 높이 올려 최대한 힘을 모은 뒤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는 방법으로 홈런을 쏟아낸다. 세 선수의 공통점은 전형적인 당겨치기를 한다는 점이다. 바티스타는 2010년 54홈런 중 53개가 왼쪽 방향이었다. 정성훈 역시 올해 8홈런 중 7개를 왼쪽 담장으로 넘겼다. 강정호는 오른쪽 방향 홈런이 아예 없다. 당겨치기는 스윙 방향과 타구의 방향이 일치해 힘의 손실 없이 타구에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 체격이 작은 타자가 장타를 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프로야구 통산 홈런 1위(351개) 기록 보유자인 양준혁 SBS ESPN 해설위원은 “두 선수는 힘을 싣고 모으는 기술이 탁월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보다 배트스피드가 더 빠른 것도 강점”이라며 “충분히 홈런왕에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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