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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대 근처 편의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은

중앙일보 2012.05.12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대구 수성구의 훼미리마트 두산소망점. 대구 젊은이들이 모이는 맛집·술집 거리에 위치한 이 편의점 한가운데에는 크고 작은 인형들이 빼곡히 놓인 별도의 매대가 자리 잡고 있다. 어린애 주먹만 한 1만원대 작은 인형부터 초등학생 키만 한 대형 곰돌이(17만원)까지 48종이 진열됐다. 술집 옆 편의점에서 인형을 파는 이유는 뭘까. 바로 적당히 술에 취해 ‘취중진담’ 고백의 선물용으로 인형을 찾는 손님들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한 달 150만원어치씩 인형이 팔려나간다. 점주 이승국(40)씨는 “연인들이 함께 와 고르거나 회식 후 귀가하는 직장인이 자녀 선물용으로 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Money&] 편의점 2만 개 시대



 #미혼 남성 신성현(34)씨에게 편의점은 ‘백반집’이다. 혼자 사는 처지다 보니 아침이면 출근 준비에 바빠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그런데 얼마 전 역삼동 회사 앞 편의점에 들렀다가 밥솥에서 직접 밥과 국을 퍼주는 것을 봤다. 800원짜리 밥 한 공기에 500원짜리 국 한 그릇, 반찬까지 해도 3100원이면 따뜻한 백반을 먹을 수 있었다. 신씨는 아침뿐 아니라 점심도 이곳에서 자주 해결하고 있다. 이곳은 훼미리마트가 지난해 12월에 따로 분류한 ‘즉석밥 특화점’이다.



 편의점 2만 개 시대, 방문객의 마음을 읽는 ‘관심법’ 점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편의점은 2만650개이며,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대한민국 총인구는 4977만9000명이다. 국민 2410명당 편의점이 한 개씩 들어서 있는 셈이다. 1989년 서울 잠실 올림픽선수촌의 세븐일레븐 1호점이 국내 최초 편의점으로 문을 연 지 22년 만의 성장이다.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편의점은 더 이상 ‘담배·삼각김밥 가게’가 아닌 ‘과학’이 됐다. 지난해 말 훼미리마트가 20년간 축적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입지별로 고객과 구매 패턴이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훼미리마트는 이에 따라 전국의 점포를 ‘주택가·오피스·원룸촌·대학가·학원가·공장지대·유흥가·도로변’ 등 8대 입지로 분류하고 입지별 특성에 따른 특화 상품을 강화했다. 올 초에는 전국 점주들을 초청해 이 같은 사실을 안내하는 박람회도 치렀다.



 이에 따르면 입지에 따라 상품 배열은 물론이고 제품 종류나 비율도 달라진다. 최근 무더위로 매출이 급증한 얼음 음료의 경우 초·중·고 학생이 많은 가족 주택 입지에는 레모네이드·과일주스 같은 비(非)카페인 음료 비중을 늘리고, 커피도 향긋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헤이즐넛 커피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비치했다. 20~30대 직장 여성 고객층이 두터워 트렌드에 민감한 오피스 주위에서는 모히토·망고에이드 같은 신제품 음료와 여성이 선호하는 아메리카노를 모둠 진열해 놓는다. 같은 커피라도 유흥가 주변 점포의 제품 구성은 이와 다르다. 음주 후 달콤한 맛을 찾게 되는 속성에 맞춰 캐러멜마키아토 같은 달콤한 커피류를 중심으로 판매한다.



 주 고객의 주머니 사정도 편의점의 주요 변수다. 용돈을 쪼개 쓰는 대학생이 주 고객인 대학가 점포는 8대 입지 중 ‘가격 민감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훼미리마트는 전국 대학교 안이나 인근 168개 점포에서 지난 3월 한 달간 신학기 할인행사를 했다. 학생들이 즐겨 찾는 빵·컵라면·문구류 등 10개 품목에 대해 물건을 덤으로 주는 +1 행사를 시행했다. 그러자 이들 제품의 판매율이 지난해보다 282% 상승했다. 특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도시락·삼각김밥의 신장률은 400%가 넘었다.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K-POP 스타’의 인기도 편의점에 영향을 미쳤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스마트폰 보급으로 길거리 음악감상족이 늘어 이어폰 수요도 급증한 것이다. 이에 훼미리마트는 서울 삼성동의 오피스가나 서울 노량진 등 학원가를 중심으로 이어폰을 특화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피스 입지 점포에서는 다른 제품을 사러 들렀다가 이어폰을 보고 생각나서 사 가는 충동구매가 많았고, 학원가에서는 학기 중 시험기간의 판매 신장률이 높았다. 서울과학기술대 안에 입점한 훼미리마트에서는 학기 중 월 120만원어치씩 이어폰이 팔려나갔다.



 군부대도 차별성이 뚜렷한 입지다. 훼미리마트가 군부대 밀집지인 강원도 5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군인, 면회객, 인근 주민 순으로 편의점을 찾았으며, 초콜릿 등 달콤한 과자류를 주로 사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고객층인 군인의 소비 특성도 독특했다. 군인 월급이 많지 않은데도 다른 입지에 비해 가격에는 크게 민감하지 않아 할인 행사를 해도 판매가 늘지 않았다. 대신 2+1, 3+1 등 추가 증정을 하면 매출이 급증했다. 군인에게는 ‘가격보다 양’이었던 것이다. 이를 토대로 훼미리마트는 지난달 1일부터 전국 218개 군부대 점포에서 라면·초콜릿·디저트류 등 8종 상품에 대해 2+1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점포에서는 주중과 주말의 매출 구성도 달랐다. 면회객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주말에는 면회 온 이들을 위한 종이컵·렌즈세정액·칫솔·여성화장품 등의 진열을 보강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이렇게 군부대 인근 점포를 운영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체 매출은 17%, 특화 상품 매출은 41% 신장했다.



 1인 가구가 4인 가구의 비중을 넘어서며 편의점의 소규격 생필품 수요도 늘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자취·하숙 학생이나 독신 직장인이 많은 ‘원룸촌’ 입지에 최근 ‘다이소’ 매대를 별도로 들였다. 휴지통·슬리퍼·빨래건조대 같은 생활용품은 기본이고 랜선·케이블선 등 철물점에서나 구할 수 있었던 물건까지 들여놓았다. 밥 없이 반찬만 따로 포장한 ‘반찬도시락’도 원룸촌 점포 인기 상품이다. 집에서 요리를 잘 하지 않는 ‘1인 가장’들이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햇반 등 즉석밥은 박스채 대량 구입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룸촌 입지인 역삼점의 경우 반찬도시락 판매를 시작한 후 하루 평균 50개의 도시락이 팔려나가고, 단골 고객이 늘어 전체 매출도 20% 늘었다. 독신자들의 외로운 금요일 밤도 놓칠 수 없는 공략 포인트다. 훼미리마트는 원룸촌 인근 점포에서 매주 금요일 와인을 최대 60% 할인하는 ‘와인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치즈 등 어울리는 안주류를 와인 곁에 진열했다. 그러자 와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400% 늘어났다.



 ‘드라이브족’ ‘레저족’ 역시 편의점의 분석 레이더망을 피할 수 없었다. 훼미리마트는 교외 국도변이나 휴게소 인근 점포 300여 곳에 차량용품 특화 매대를 설치해 청소용품, 방향제 등 70여 종의 차량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딱히 구매할 상품이 없더라도 졸음을 깨기 위해 도로변 편의점을 찾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주 고객이다. 최근 가족 단위 꽃구경 등 나들이객이 늘자 5월 1~10일 매출이 지난해 대비 21% 늘었다. 졸음을 쫓아준다고 해서 최근 젊은 층에 유행하는 에너지음료 판매도 입지별 차이가 뚜렷했다. 올해 에너지음료 판매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이나 해외 유학파가 많은 용산·강남 지역 점포에서 매출이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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