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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문화대혁명 앞에 힘없이 무릎 꿇은 지식인

중앙일보 2012.05.12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사서(四書)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자음과모음

544쪽, 1만5000원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기억한다. 이 혁명은 지식인의 죽음과 관련해 인류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사건 가운데 하나다. 그 무렵 중국의 지식인은 공산주의 혁명의 광풍 앞에서 침묵했다. 중국 작가 옌롄커(閻連科·54)의 장편 『사서(四書)』는 문화대혁명 무렵 중국 지식인 사회를 고발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과 3년 대기근을 소재로 당대 지식인이 겪었던 탄압과 그들의 기회주의적 처신을 돌아봤다.



 지식인 강제노동수용소 ‘99구(區)’가 소설의 배경이다. 교수·교사·작가 등 지식인들이 사상이 불충하다는 이유로 수용된 곳이다. 이들을 감시하는 인물이 바로 ‘아이’다. 아이와 지식인의 대립 구도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를테면 사춘기 소년인 아이는 ‘99구’의 유일한 권력자다. 아이는 지식인의 생명인 책을 불태우는 것으로 권력을 확립해간다. 아이는 명령을 잘 따르는 지식인에게 충성의 상징인 붉은 종이꽃을 나눠준다. 붉은 꽃이 다섯 개 모이면 별을 하나 주는데, “별 다섯 개가 모이면 수용소에서 나가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식인들은 아이를 비판하는 대신 충성 경쟁을 벌인다. 밀고와 배신이 판치고, 죽은 동료의 인육을 먹는 잔혹한 존재로 변해간다. 수용소의 지식인들은 소년 관리자에게 휘둘리다 마침내 비참한 기근에 내몰린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쓴 네 권의 책(四書)이 번갈아 인용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옛길’ ‘죄인록’ ‘하늘의 아이’ ‘시시포스의 신화’ 등 책 속의 책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액자 형식이다. 네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형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물음은 이런 것이다. 60년대의 중국은 2010년대의 중국과 얼마나 다른가. 지난해 탈고된 이 소설은 중국 당국에 의해 출판이 금지됐다. 감춰진 역사인 3년 대기근(1959~61) 등을 들춰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이 소설은 중국을 제외한 21개국에서 출판 계약을 맺었다. 한국이 그 첫 번째다. 지식인의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은 60년대의 그늘로부터 멀리 달아나진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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