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지식] 영화·건축·무협지에 숨은 중국의 속살

중앙일보 2012.05.12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유광종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87쪽, 1만5000원




‘중국인의 행동을 읽는 7가지 문화코드’라는 부제가 이 책의 구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무(武), 담(城), 모략(計), 축선(軸線), 회색(灰色), 현문(賢文·지혜의 문장), 황금몽(黃金夢)이 그것이다.



 저자는 영화·무협지·건축물·병법서·전기 등을 섭렵하면서 그 속에 담긴 중국인의 의식과 중국문명의 속내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보통의 한국인이 당연시하며 간과해온 숨은 의미에 주목했다. 한자와 한문, 성어는 숨겨진 단서를 찾는 도구 역할을 했다. 중앙일보 일요신문인 중앙SUNDAY 국제·지식에디터로 있는 저자는 일곱 가지 문화코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계모책략(計謀策略), 줄여서 모략(謀略)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모략은 꼬치구이의 꼬챙이란 생각을 해봤다. 일곱 개의 문화코드는 꼬챙이에 줄줄이 꿴 맛깔스러운 고기 살점 같다. 저자가 요리해낸 꼬치구이가 만들어진 경로를 간략히 따라 가보자. 무엇보다 중국인의 독특한 의식과 사유 체계가 형성된 배경으로 전쟁과 싸움에 주목한다. 홍콩에서 중국 고대문자학을 전공했고 타이베이·베이징 특파원(중앙일보)을 지낸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중국을 살필수록 비릿한 피 냄새를 자주 맡는다”고 했다. 예사롭지 않은 후각이다.



 오랜 전란에 노출돼온 중국인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남과 나를 구분 짓는 담 쌓기에 집착했다. 만리장성의 담장뿐 아니라 사합원(四合院)과 토루(土樓)가 그런 증거다. 그 속에서 중국인은 축선으로 대표되는 위계를 만들었고, 게임을 즐겼다. 회식을 반국(飯局)이라고 부르는 데서 보듯 심지어 식사 자리도 생존 게임의 무대로 만드는 것이 중국인이다.



 또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실력을 키움)란 말 속에서 중국인의 가림과 숨김의 미학을 포착한 저자는 중국인의 생존술이 담긴 회색에 주목한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인은 자신과 자손을 지키는 지혜의 문장인 현문을 양산했다고 진단했다. 황금(돈)은 물신주의로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현실주의자인 중국인에게는 든든한 실존적 의지처다. 이런 분석을 따라 가면 미로처럼 알 수 없을 것 같던 중국과 중국인의 실체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모략이라는 창(窓)을 통한 중국 분석 시도는 흥미롭다. 다만 중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할 듯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현실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