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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현대판 ‘왕자와 거지’ … 스타생활 별것 아니네

중앙일보 2012.05.12 00:00 종합 36면 지면보기
두근두근 체인지

알렉스 쉬어러 지음

정현정 옮김, 미래인

304쪽, 1만원




평범한 소년인 빌 해리스가 어느 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 베니 스핑크스와 닮은꼴이 된다. 베니 스핑크스가 누군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데리 패컴 스핑크스와 인기 걸그룹 케첩걸의 원조 멤버 밈시 토시의 아들로, 태어나면서 유명인이 된 아이다.



 베니의 닮은꼴이 된 빌에게는 광명이 비치는 듯했다.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치솟고, 베니의 대역으로 초콜릿 광고까지 찍게 된다. 그때까진 모든 게 괜찮았다.



 하지만 빌이 끈적끈적한 초콜릿 구덩이에 수십 번씩 빠지고 온몸에 건포도 부스러기를 뒤집어 쓰며 350파운드(약 65만원)를 벌 때 카메라 앞에서 우아하게 대사 한 줄 읊었을 뿐인 베니가 5만 파운드(9220만원)를 챙기는 걸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다.



 “세상에 정의란 없다”며 분노에 찬 빌은 더러운 세상의 실상을 알리겠다며 촬영장에서 베니를 찾아 나선다. 첫 대면의 순간, 두 소년은 도플갱어(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보는 현상)를 경험하곤 현대판 ‘왕자와 거지’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평범한 삶이 부러운 베니와 화려한 삶을 동경하는 빌이 딱 하루만 바꿔 살기로 한 것이다.



 치밀한 작전을 세운 두 소년은 각자의 버릇과 습관, 가족과 친구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담은 ‘빌 해리스(혹은 베니 스핑크스) 작동매뉴얼’을 맞교환하고 남의 삶에 뛰어 든다.



 두 소년의 24시간 바꿔치기 작전은 성공하는 듯 했지만 세상이 어디 뜻한 대로 흘러가던가. 가짜 베니(빌)과 진짜 베니를 서로 다른 유괴범이 납치하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굴러간다. 진짜 베니를 가려내려는 유괴범들과의 두뇌싸움에서 빌이 기지를 발휘, 진짜 베니는 풀려나고 빌도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빌이 유명해진 것은 당연지사다.



 진짜 베니로 살아본 빌은 유명 스타의 자녀로 누리는 사치스러운 생활이 별게 아니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대역이 아닌 나’임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 다른 사람이 나를 누구로 보는 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빌이 달라진 것이다. 작가가 책 앞머리에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을 쓸데 없이 인용한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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