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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위기의 학교, 교권조례 필요한가

중앙일보 2012.05.12 00:00 종합 40면 지면보기




지금 학교는 교권 붕괴로 시름에 잠겨 있다. 서울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학교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말하는 교사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회가 교권 보호 차원에서 교권조례를 만들어 최근 통과시켰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조례에 문제가 있다”며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현직 교사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양쪽 의견을 들어봤다.





‘교사 리더십’ 회복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문경민
서울 언남초등학교 교사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교사 리더십의 핵심에는 지식이 주는 권위가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을 얻는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학교는 교사가 가르치는 일을 통해 존경을 얻게 만드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 현재의 학교는 배우는 기쁨과 가르치는 행복이 춤추는 곳이 아니다. 학교가 자기 기능을 발휘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교사에게 리더십을 선뜻 내어주겠는가.



 서울시 교권조례는 이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들이 가르치는 행복과 배우는 기쁨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루는 데 서울시 교권조례가 도움이 된다면 이 조례에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지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권조례가 교장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하여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이번에 통과된 교권조례를 왜곡하는 것이다. 서울시 교권조례는 현장의 교사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권조례는 무례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르치는 일의 창조성과 예술성, 독립성을 일부 학교장이 비상식적인 권위로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교권조례는 공정한 태도로 교사의 리더십을 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의를 요구하겠다며 주장하는 내용과 근거에 공감하기 어렵다. 교과부가 교사를 학교 조직의 일개 부속품으로 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우며 교사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교육과정 재구성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사항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가르쳐야 할 지식을 창조적으로 다시 조합하는 것은 교사가 하는 일의 본질이다. 그것을 잘하는 교사가 훌륭한 교사이고 열정이 있는 교사다. 이 일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사항이라고 말하는 것은 교과부가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교권조례가 학교장의 권한을 약화시킨다는 주장 역시 안타깝다. 좋은 학교장도 많지만 역기능을 하는 학교장도 있다. 서울시 교권조례의 내용은 좋은 학교장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마음을 모아 리더십을 세우는 학교장이라면 서울시 교권조례의 내용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서울시 교권조례가 학교의 자기 기능 회복을 위한, 한 방의 특효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교권조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학교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선 다른 정책 대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교육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해결책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지점들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



 우리의 학교는 좀 더 품위 있고 성숙된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학교의 성숙은 우리가 경험했던 학교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을 괴롭게 하는 방식으로 세웠던 교사의 리더십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교사도 자신의 일을 통해 숨쉬고 싶다. 가르치는 일의 기쁨을 누리고 싶고 지식을 만끽하는 짜릿함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교사는 그것을 통해 리더십을 부여받는 것이다.



문경민 서울 언남초등학교 교사·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학교 내 갈등과 혼란만 초래한다



박진훈
고대부고 교사
서울 성북구 교총 회장
지난 1월 공포된 학생인권조례(이하 학생조례)로 대부분의 교사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와중에 ‘교권 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교권조례)이 지난 2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학생조례는 물론 교권조례 역시 교육의 주체들에게 대립각을 세우게 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학생조례가 공포된 지 100일이 넘은 요즘, 교사는 학생들을 점점 동반자가 아닌 타자(他者)로 간주한다. 과거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생 전부를 투사(投射)하면서 평생 같이 가자는 ‘공감적 자기동일시’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투사가 사라지면서 지식의 전달자로 전락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교권조례 역시 문제점이 많다.



 첫째로 졸속으로 처리한 조례는 ‘소통의 간극’만 키운다. 지난달 16일 8명만 참석한 ‘그들만의 공청회(토론)’가 있었다. 30일에는 15명이 구성원인 교육상임위원회에서 토의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교권조례의 표결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교권조례의 졸속 처리를 방증하는 것이다. 학교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마저 무시하며 교권조례를 통과시킨 서울시의회의 행태는 파열음을 양산할 것이 뻔하다. 이 교권조례는 마땅히 재의(再議)돼야 한다.



 둘째로 이번 조례는 법적 실익에 있어서 한계가 있고 교권 침해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없다. ‘교원의 지위와 교권 보호’ 내용은 이미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등에 명시돼 있다. 그리고 학교장의 책무만 강조하는 조항(제7조)은 관리자와 교원 간 마찰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폭행 사건을 제어하는 해답을 명확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원의 교육활동보호(제4조)에서 ‘법령과 학칙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명문화된 근거는 없다. 게다가 학생인권옹호관과 교권보호위원회의 활동이 상충되면 학교에 갈등이 고조된다.



 이와 같이 소통의 단절을 가속화하는 교권조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해 단일법 제정이 필요하다. 교권조례의 몇몇 조항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어렵다. 아울러 교권조례는 교사만의 권한이 아니라 법령이 보장하는 교원 전체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입법을 통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둘째로 교권조례를 받아들이기 전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운영의 자율권 보장(6조), 교권보호위원회 설치(9조) 등의 핵심 내용들을 제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교사에게 연가 사용, 안식년 시행, 생활지도부장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구체적인 지원책과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경감을 비롯한 행·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셋째로 교권 회복을 위해 가정,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관계 구축도 필요하다. 학교만의 학생 지도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가정에서 인성교육 강화는 물론 현재 구마다 학교 생활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신설된 위(WEE)센터와 각종 단체의 방과 후 활동을 더 늘려야 한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해 체육활동과 각자의 적성에 맞는 동아리활동을 제공한다면 학교폭력, 교권 침해 등은 점차 줄어들고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좀 더 원활하게 될 것이다.



박진훈 고대부고 교사 서울 성북구 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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