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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남미 국가별 차별화 전략을

중앙일보 2012.05.12 00:00 종합 41면 지면보기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원장
한·중남미협회 사무총장
미국과 유럽 경제가 지난 3년간 재정난으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는 동안 세계경제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 지역은 아시아와 중남미였다. 특히 중남미는 과거 40년간 세계 금융위기의 주연이나 조연 역할을 해왔던 불명예를 씻고 최근 들어 아시아와 함께 세계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선진국·개발도상국을 합한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의 10%인 1530억 달러가 중남미에 집중됐다. 이 지역 맹주인 브라질은 2011년 말 기준으로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경제 상승세는 무엇보다 원자재 수출 중심 경제인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경제구조와 상호보완 관계에 있어 동반성장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는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개선, 과학기술 교육 및 개발 강화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우리 기업들에도 날로 커지고 있는 중산층을 겨냥한 상품시장으로서, 우리에게 부족한 광물·에너지 자원 확보처로서, 그리고 활성화하고 있는 인프라 건설 및 플랜트 수출시장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는 요즘 중남미에서는 이상기류가 발견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볼리비아·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지에서 외국인 회사에 대한 국유화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한 것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1일 스페인 전력회사 REE가 소유한 전력망회사 TDE를 몰수했고, 아르헨티나 의회는 지난 3일 스페인 석유회사 렙솔이 투자한 YPF를 국유화하는 대통령 발의안을 찬성 208표 대 반대 32표로 통과시켰다. 국가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세기 중남미 지역 경제정책사를 살펴보면 국유화와 민영화 조치는 약 20년 주기로 반복돼 왔다. 최근 달라진 점은 이 같은 국유화 조치가 중남미 전역이 아닌 일부 국가에서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중남미를 역사적·문화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블록으로 보고 만든 국가 정책이나 기업 전략은 오판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다.



 중남미 국가들의 정치성향은 21세기 들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멕시코·칠레·콜롬비아·파나마 등은 개방 성향으로, 브라질·페루 등은 빈부격차 해소 및 균형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성향으로,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은 민족주의 좌파 성향으로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중남미 시장에 이해가 걸린 한국으로서는 국가별로 용의주도한 차별적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개방 성향의 국가에는 상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의지가 있는 때를 놓치지 말고 협상에 임해 안정적 협력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중도 성향의 국가에는 개발 경험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지적 대화채널을 가동해 장기적 상생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좌파 성향 국가에는 다층적인 정부 간 접촉과 동시에 투자기업 연계 전략을 통해 상호신뢰 기반 마련 및 기업활동 안전보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과거와 달리 개발원조, 다자간 금융지원, 인사교류 촉진을 포함해 대(對)중남미 경제협력의 정책수단이 매우 다양해졌다. 문제는 여러 부처나 기관에 나뉘어 있는 수많은 정책수단을 국익 증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조직화하는 메커니즘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15일에는 우리 정부가 서울에 중남미 주요국의 장관급 인사들을 초청해 양 지역 간 경제통합, 자원·인프라, 녹색성장 협력 추진을 위한 ‘2012 한·중남미 고위급 포럼(www.klacforum.org)’을 연다. 이 자리를 통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대중남미 시장 진출 환경개선을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원장/한·중남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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