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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그녀를 부탁해

중앙일보 2012.05.12 00:00 종합 41면 지면보기
강한
부산대 법학과 4학년
그녀는 예뻤다. 빼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맑은 눈과 둥근 얼굴이 남자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남자 서너 명이 그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녀도 그중 하나를 마음속으로 찍어 뒀다. 잘 되는 듯했다. 하지만 고향 이야기가 나오자 남자들은 그녀를 피했다. 그녀의 이름은 여자 5호. 그녀와 잘 돼 가던 남자는 결국 다른 여자를 선택하며, 탈북자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애정촌’을 나섰다. “예상은 했지만 눈물은 난다”고 하던 그녀의 말이 귓가에 쟁쟁 울린다. TV 프로그램 ‘짝’의 한 장면이다.



 지난 2월엔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정치인뿐 아니라 시민들도 들고 일어났다. 결국 중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 보편적 인권의식과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동포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솔직해지자. 북한 사람은 여전히 이상적인 배우자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를 돕겠다는 사람, 고용하겠다는 기업은 많아도 탈북자를 며느리나 사위로 맞겠다는 집안은 손에 꼽힌다. 인도주의적 배려에는 관대하면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인색한 게 우리네 속마음인 셈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었다. 이미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북한 붕괴가 가속화되면 탈북자는 더욱 증가한다. 그럼에도 마음의 벽은 아직 견고해 보인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곤경에 처한 이웃에게 탈출만큼이나 절실한 것은 냉대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제2의 고향’이 아닐까. 굶주림과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그네들에게 중요한 것은 유리벽이 없는 ‘온전한 정착’일 터다. 탈북자 문제는 ‘불우한 이웃 돕기’가 아니라 ‘앞으로 쭉 같이 살아갈 식구’에 대한 문제다. 개개인의 벽 허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도를 바꾸라고 개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조율할 필요는 있다. 독일은 성공적인 통일 사례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사회통합의 진통을 앓고 있다.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데 치중한 나머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벽을 허무는 데 소홀했다. 동독과 서독 주민은 서로를 베시(서독인의 낮춤말), 오시(동독인의 낮춤말)라고 부른다고 한다. 함께 산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동독인과 서독인의 결혼은 주위의 반대에 부닥친다고 하니 마음의 벽이 국경의 벽보다 깨기 어렵다. 우리가 독일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늦을수록 사회구성원 간의 성공적인 융합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본격적인 통일 준비는 이제 걸음마를 떼려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월급을 통일항아리에 넣겠다고 말했다. 사회통합을 향한 국민의 의지를 모으자는 정치적 메시지다. 통일항아리는 앞으로 이뤄질 통일과 그 비용을 생각해 특별계정을 만들고 미리 재원을 마련해 놓자는 계획이다. 12일이 공무원 월급날이니 대통령의 5월달 월급이 통일준비금 제1호가 될 참이다. 이처럼 첫발은 정부에 맡기더라도 우리도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자.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준비. 북에서 넘어오는 사람을 남한 사람과 똑같이 대할 준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미리미리 하자.



강한 부산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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