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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날씨에 6월 짝짓기 하던 개구리가…

중앙일보 2012.05.11 01:23 종합 2면 지면보기
“어, 저게 뭐지.”


바람난 생태계

 얼마 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계곡을 찾은 한국양서·파충류생태연구소의 심재한 소장은 팔짝팔짝 뛰어가는 작은 생물체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어린 무당개구리였다. 무당개구리는 통상 6월에 알을 낳는데 올해는 벌써 알에서 깬 뒤 올챙이를 거쳐 개구리로 자란 것이다. 계곡에서는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개구리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심 소장은 “참개구리나 청개구리도 보통 6월에 짝짓기를 하는데 올해는 모든 게 빨라지는 것 같다”며 생물시계가 뒤죽박죽된 셈”이라고 말했다.



 올봄 들어 전에 없던 늦추위에 이어 때이른 더위까지 이어지면서 생태계가 혼란해졌다. 기상·생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를 꼽는다. 기상학적으로 하루 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일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여름 날씨로 구분하는데 올해 서울은 5월 말에나 나타날 날씨가 한 달이나 앞서 찾아왔다.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광릉)에선 매년 이맘때면 자주색 자목련꽃과 귀룽나무의 새하얀 꽃이 곱게 핀다. 하지만 올해는 볼 수가 없다. 4월 하순에 이미 피었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 오승환 임업연구사는 “4월 중순부터 갑자기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러 종류의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졌다”고 말했다. 통상 열흘 정도 앞서 피는 개나리와 만리화, 히어리가 진달래, 벚꽃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핀 것이다. 개나리는 3~5일 늦게, 진달래는 이틀 정도 일찍 개화해 시기가 겹쳤다. 오 연구사는 “올봄이 유독 특이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올해처럼 계절이 뒤죽박죽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혼란스러운 날씨는 양파·마늘 농사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른 더위 탓에 알이 채 굵기도 전에 익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남 함평군 농업기술센터의 최동섭 현장지원팀장은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 알이 제대로 굵기 전에 익기 시작해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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