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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캠퍼스서 24시간 교육, 연세대 제3의 창학한다

중앙일보 2012.05.11 00:40 종합 22면 지면보기


10일 서울 연세대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백양로에는 건학 127주년(12일) 기념 휘장들이 휘날렸다. ‘연세, 제3의 창학’ ‘YONSEI, where we make history’(‘연세, 역사를 써나가는 곳’이라는 뜻) 같은 문구가 담겼다. 올 2월부터 연세대를 이끌고 있는 정갑영(61) 총장이 고안한 슬로건이다. 정 총장은 “인천 송도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RC)로 연세 127년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밝혔다. RC는 강의실과 학생·교수 숙소가 통합된 ‘정주(定住)교육형 대학’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옥스퍼드대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보편화돼 있다. 국내 대학 중 RC를 경쟁력으로 내건 것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정 총장은 “세브란스병원 신축(1904년), 연희전문 설립(1915년) 등 1창학과 연희전문·세브란스병원 통합(1957년) 등 2창학에 버금가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0일 신촌캠퍼스 총장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내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RC 도입이 대학가의 화제다. 왜 하려는 것인가.



 “대학 경쟁력의 요건은 네 가지다. 첫째로 우수한 학생과 교수, 둘째로 탄탄한 재정, 셋째로 선진화된 의사결정 구조, 넷째가 RC다. 앞의 셋은 우리 학교가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데 RC만 부족했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뻗어나가려면 RC가 절대 필요하다.”



- 기존 기숙사와 많이 다른 것 같다.



 “기숙사는 잠만 자는 공간이지만 RC는 학생들이 24시간 머무르며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체험을 한다. 어떤 의미에선 대학생답게 고상하게 놀 공간이다. 원어민 교수가 함께 살며 학생들과 어울린다. 학생들은 주말에만 집에 갈 수 있다. 인천에 살더라도 기숙사에 들어와야 한다. ”



- 1학년 학생들이 한꺼번에 다 가나.



 “RC는 부총장 시절이던 2007년 원주캠퍼스에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2010년 문을 연 송도캠퍼스는 처음부터 RC를 염두에 뒀다. 현재는 의·치대생 등 700명이 생활 중이다. 내년에 신입생 4000명이 1, 2학기에 절반씩 간다. 1학기는 문과대·교육학부·간호대·공과대생 2000명, 2학기는 사회과학대·상경대·경영대·이과대생 2000명이 대상이다. 특히 내년 1학년은 ‘무감독시험제’를 도입한다. 원주캠퍼스에서 시행했는데 반응이 좋다. 2014년에는 1학년 4000명 전원이 1년간 송도 생활을 할 것이다. 다른 학년 확대는 더 검토해야 한다.”



 경제학자인 정 총장은 ‘세 가지’ ‘네 가지’ 등의 표현을 쓰며 일목요연하게 답변했다. 인터뷰 내내 자료를 보지 않을 정도로 학교행정을 꿰뚫고 있었다.



-RC를 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



 “세 가지다. 1학년은 인생의 전환기다. 이 중요한 시기를 대학에서 제대로 관리해 주지 못했다. 학원형 교육을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로 사회지도자가 되기 위한 문화적 소양을 교육한다. 정규 학습 외에 문화예술체험·사회봉사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전공 수업도 20명 단위 소규모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셋째로 문화적 다양성 수용 능력을 길러준다. 교수·동료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총학생회의 반발은 학생 부담 때문 아닌가.



 “학부 교육은 사실 적자다. 1학년은 신촌에 있을 때보다 5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 총학생회와 여덟 번 만나 소통했다. 총학이 다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문제없다. 학생 부담은 기숙사비가 월 30만원으로 한 학기에 120만원 정도다. 식대비는 별도다.”



 정 총장은 인터뷰 의 대부분을 RC 설명에 썼다. 라이벌 고려대는 ‘과학 고대’를 내걸었다고 하자 “RC 생각뿐이다”고 강조했다.



- 127년 된 대학으로서 글로벌 100대 대학에 진입하지 못했다.



 “연세대 역량이 100이면 아웃풋(output)은 70정도밖에 안 된다. 세계적 석학을 모셔와야 한다. 교수를 뽑아 30년 근무하게 하는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 우리 대학이라면 외국인 학생이 전체의 4분의 1은 돼야 한다. 학생을 불러오는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에 적극 나서겠다. 하지만 수도권 정원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정 총장은 “사회가 글로벌 경쟁력을 주문하지만 후진국적 규제가 많 다”고 했다.



-시장주의 경제학자로서 등록금과 대입 등 이명박 정부 정책을 어떻게 보나.



 “정부는 자율화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글쎄…. 반값 등록금이 대표적이다. 일률적인 인하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없다. 대학 전체를 하향 평준화할 뿐이다. 소외계층 교육기회 확대가 더 중요하다. 입시도 완전 자율화해야 한다.”



-연대 논술이 어려워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다.



 “수능이 쉽고, 고교 간 학력 격차도 반영 못해 변별력을 높이려고 논술을 보게 된다. (제가 보기에도) 조금씩 어려워진 것 같다. 올해부터는 출제 의도와 접근 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겠다. 모범답안은 공교육을 해친다고 판단해 계속 공개하지 않겠다.”





◆정갑영 총장은=1951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전주고·연세대(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했다. 86년 연세대 교수가 돼 교무처장, 원주캠퍼스 부총장 등을 거쳤다. 아내와 세 딸이 모두 연세대를 나와 가족이 ‘5Y’라고 소개한다. 『만화로 읽는 알콩달콩 경제학』 등 대중적 경제서적을 일곱 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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