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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석 vs 당이페이 뜻밖의 둘이 겨룬다

중앙일보 2012.05.11 00:20 종합 30면 지면보기
백홍석(左), 당이페이(右)
큰 일은 실력만으로는 안 된다. 운이 따라야 한다. 9일 제4회 비씨카드배 준결승전에서 백홍석(26) 9단이 중국의 후야오위 8단에게 대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초반 포석에서 너무 많은 실리를 허용한 뒤 시종 ‘집 부족증’에 허덕이며 고난의 행군을 거듭했으나 막판 기적처럼 찬스가 왔다.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린 후야오위가 프로의 자존심 때문에 망설이다 순간적으로 허점을 드러냈고, 그 찰나 백홍석의 ‘돌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이 일격으로 흑 대마를 잡은 백홍석은 20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2~17일 비씨카드배 결승

 백홍석과 우승컵을 다툴 결승 상대는 18세 당이페이 4단이다. 올해 세계바둑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당이페이 4단은 10일 준결승에서 박문요 9단을 꺾으며 세계대회 16연승을 이어갔다. 중국랭킹 52위의 당이페이는 이번 대회 참가 전까지만 해도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으나 32강전에서 이세돌 9단, 16강전에서 중국 1위 탄샤오 5단, 8강전에서 박영훈 9단을 격파하며 중국 바둑팬들을 열광시켰다.



 우승상금 3억원(준우승 1억원)이 걸린 결승 5번기는 12~17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랭킹이 8위에까지 오른 백홍석은 지금까지 국내 대회에서 준우승만 아홉 번 했고, 세계무대에선 거의 명함을 내밀지 못했던 2진급 강자였다. 하지만 이번 비씨카드배에서 무명의 반란으로 정상급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한국이 중국에 크게 밀리며 고전할 때 불쑥 떠오른 얼굴이 백홍석이었다. 무명의 10대 기사 당이페이가 세계대회 17연승과 함께 우승까지 거머쥐는 신화를 쓸지,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 연속 행운이 따르며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KO 펀치의 소유자 백홍석에게 또 한번의 행운이 따라줄지 세계 바둑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준결승전 하이라이트



자존심은 프로의 함정이다. 백홍석 9단이 백1로 삶을 강요할 때 그냥 7의 곳에 두 눈을 내고 살았으면 흑 승. 그러나 후야오위는 잠시의 굴욕이 싫어 2, 4로 머뭇거렸고 순간 백홍석이 매처럼 날아들었다. 7로 필살의 일격을 가해 대마를 함몰시킨 것. 초읽기의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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