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칼럼] 시장 왜곡 우려되는 ‘가맹사업 기준’

중앙일보 2012.05.11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김종무
법무법인 한림 대표변호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제과·제빵 분야에 대한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점의 영업지역 침해와 리뉴얼 문제로 가맹본부(본사)와 가맹점사업자(점주) 사이에 분쟁이 빈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 제정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모범거래기준을 보면서 그 제정 과정·내용·효과와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장이 모범거래기준의 제정을 예고하고 이에 따라 공정위가 주요 외식업종 가맹본부를 만나 주요 내용을 제안하고 가맹본부가 이를 수락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누구라도 공정위가 주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갖는 공정위의 지위를 감안하면 무늬만 자율 규제지 실질적으로는 국가기관이 주도한 타율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타율 규제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보통 강제력을 수반하게 되고 조문 해석의 한계가 있어 현실 문제의 적용에 탄력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둘째,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가맹본부는 영업지역을 설정할 수도 있고 설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모범거래기준은 가맹본부가 영업지역을 설정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어 가맹사업법과 체계가 맞지 않는다. 또한 반경 500m라는 기준도 타당한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제과·제빵을 제외한 현재 영업지역을 설정하지 않고 있는 업종과 차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셋째, 리뉴얼 제한 규정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 가맹점의 영업개시 후 5년 동안 리뉴얼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위생, 마케팅, 사업 아이템의 변경 등 다양한 원인으로 리뉴얼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 가맹본부에 리뉴얼 비용의 20~40%를 부담시킨다는 것도 가맹본부가 리뉴얼 비용을 부풀려 가맹점에 전가하는 경우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넷째,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축 가능성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 선진국의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가맹본부에 비해 국내 가맹본부는 대부분 중소기업이거나 소상공인에 속한다. 국내 가맹본부의 어려운 기업 환경과 육성의 필요성을 생각한다면 기존의 규제에 또 다른 규제를 추가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또 외국계 가맹본부에 이번 모범거래기준처럼 공정위 주도의 규제를 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의해 제소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규제를 만들 때 다자간 국제규범이나 주요 선진국 법제와 균형이 맞는지, 외국 투자자에게 제소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공정위가 가맹점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찬성한다. 그러나 공정위가 나서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500m, 5년, 20~40% 같은 수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에는 찬성할 수 없다. 오늘날 순수한 자유시장 경제원리만을 고수하는 국가는 없지만, 국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할수록 시장의 왜곡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과 기업의 창의성과 자생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꼭 유념해 줬으면 한다.



김종무 법무법인 한림 대표변호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