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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풀어헤친 김정은 "상태 한심해" 분노 왜?

온라인 중앙일보 2012.05.10 11:00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 만경대 유희장(놀이 공원)을 허술하게 관리한 간부들을 크게 질책했다. 그러나 유희장이 낡고 엉망인 이유는 간부들의 잘못이라기 보다 외화가 부족해서라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9일 미국 자유아시방송(RFA)에 따르면 2008년까지 평양에서 살았던 한 고위층 탈북자는 "만경대 유희장 간부들이라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관성 열차 등 설비들이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인데, 외화가 있어야 설비를 보수하고 갱신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1990년대)'고난의 행군' 때 외화가 부족해 놀이 기구들이 심하게 노후됐다"고 말했다.



설비에 칠하는 도색 재료도 외국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적어도 4~5년에 한 번씩 칠을 다시 해줘야 하는데, 외화가 없어 녹이 슬고 고장이 잦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유희장 관리원들도 먹고 살기 어려워 유희장안에 콩과 옥수수 등 곡물을 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시민들은 매년 4~5월이 되면 만경대 생가(김일성 생가)를 방문하고, 만경대 유희장에 들러 노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현재 만경대 유희장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 썰렁한 상황이라도 탈북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평양 출신의 탈북자는 "북한 유희장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이용 가격이 매우 싸다"면서 "국가 투자가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개선청년공원이나 능라 유원지 등 신종 놀이 공원들이 건설되면서 기존에 세워진 유희장에 대한 투자도 거의 없다"며 "김정은이 아마 북한에서 제일 먼저 생긴 대성산 유원지에 가보면 더 한심한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김정은의 현지 지도 방식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모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밀짚 모자를 눌러쓰고, 인민복 단추를 풀어헤치고 뒷짐 지고 걷는가 하면 허리를 굽혀 풀을 뽑는 동작 등 생전의 김일성과 비슷한 모습이다.



"한심하다"며 언성을 높이고, '정신 상태'까지 거론한 것은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 권력을 다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현지 지도 대상을 미리 정해놓고 사람들을 동원시켜 풀을 뽑게 하고, 도색을 새로 하는 등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시켰지만 이번에 김정은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비판을 하고, 북한 관영 매체는 이를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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