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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닌 유일한 SKY 진학 '톱7' 일반고는?

중앙일보 2012.05.10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9일 오후 환일고의 3학년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해 진행된 고급수학 수업. 학생들이 오혜경 교사와 함께 수학 문제를 풀며 토론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9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의 환일고.

중구의 환일고, 강남 제치고 톱7 … 비결은 ‘핀셋 교육’
일반고, SKY 대학 얼마나 갔나 <상>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져
SKY대 합격자 5년 새 3배로



 3학년생 중 최상위권 학생들이 듣는 ‘고급수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학생이 “오일러의 공식을 삼각함수를 통해 증명하겠다”며 칠판 가득 수학 공식을 써나갔다. 다른 학생이 “미적분을 통해서도 공식 증명이 가능하다”고 반박하면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오일러의 공식’은 삼각함수와 지수함수의 관계를 등식으로 정리한 것으로 이과계열 대학생들이 주로 배운다.



 오혜경 수학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고교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도 배운다”며 “어려워지는 수리논술에 대비하고 과학고 학생들과 경쟁하기 위해 심화학습을 아예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환일고는 올해 대학 신입생이 치른 입시에서 서울 지역 일반고 가운데 SKY 진학률 7위를 기록했다. ‘톱7’ 학교 중 강남·서초구가 아닌 지역에 있는 학교는 환일고가 유일하다. 환일고는 강남권 학교들에 비해 중식 지원 학생비율(11%)이 높다.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SKY 합격자 수는 2007년 28명에서 올해 73명으로 크게 늘었다. 비결은 바로 ‘맞춤 교육’이다. 환일고에선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 수준에 맞춰 교과서를 따로 쓴다. 수업도 수준별로 3개 반으로 나눠 듣는다. 각 단계마다 담당 교사가 따로 지정돼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외국어고와 과학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심화 교과서로 배운다. 수업도 본인이 직접 이론을 증명하고 발표하는 토론식으로 진행한다. 반면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은 기본 교과서를 사용한다. 1학년 기초반은 중학 교과과정부터 다시 배운다. 다른 고교의 수학과 영어 과목은 7개씩이지만 환일고는 각각 10개와 11개다.



 수학은 ‘고급수학’과 ‘수학의 기본Ⅰ·Ⅱ’가, 영어는 ‘영어의 기본Ⅰ·Ⅱ’ ‘영어작문’ ‘심화영어’ 등 4과목이 추가로 편성돼 있다. 이 학교 김덕천 교장은 “성적 편차가 큰 학생들을 똑같은 교과서로 가르쳐선 효과가 없다”며 “학생 개개인별로 부족한 점을 ‘핀셋’으로 집어내 그 부분을 채워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규 교과목 외에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도 참여율이 94%에 달할 만큼 호응이 높다. 개별 과목의 심화·기초 학습반은 물론 텝스반, 논술반 등 60여 개의 강의가 개설돼 있어 다양한 ‘맞춤’ 수업이 가능하다.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야간 자율학습 참여율 역시 91%나 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환일고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학부모인 전제형(47)씨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모든 걸 다 해주고 있어 굳이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환일고 입학을 위해 일부러 이사 오는 사례도 많다. 환일고는 지난해 ‘고교 교육력 제고 최우수학교’로 선정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받았다. 지난 2년간 벤치마킹을 위해 환일고를 찾은 학교가 제주 남녕고 등 20여 개에 달한다.



취재팀=성시윤(팀장), 천인성·윤석만·이한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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