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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청 유학’ 고홍주·코언 합작품

중앙일보 2012.05.10 00:09 종합 15면 지면보기
지난주 미국과 중국은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1) 사건의 해법을 놓고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망명 대신 제안, 중국에 남겠다는 천 설득 … 이르면 12일 미국 도착할 듯
NYT, 미·중 외교 내막 보도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3∼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기간에 두 나라 외교관들이 벌인 숨막히는 외교 전쟁의 내막을 보도했다. 이틀간 진행된 전략경제대화 기간에 천광청 사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폐막 직전 천광청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천은 반드시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단언했다. 중국 관리들은 대로했다. 클린턴의 발언은 이틀간에 걸친 미·중 대화를 깡그리 뒤엎어버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회의장엔 냉랭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중 대화내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던 언론의 눈을 피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폐기물을 반출하는 문을 통해 호텔을 빠져나갈 정도였다.



 천은 건강검진을 위해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을 떠나 차오양(朝陽) 병원으로 향하던 중에도 “중국에 남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그를 설득한 것이 헤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미 국무부 법률고문이다. 그는 천이 ‘망명’이 아닌 뉴욕대 연구소로 유학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중국을 떠날 것을 설득했다. 그는 천에게 30년간 가택연금생활을 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외교관으로 일하다 1961년 5·16 혁명 이후 미국에 망명한 자신의 아버지의 사연을 들려줬다. 가족과 지원자들의 설득,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측이 미국의 접근을 제한하자 천은 마음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중 간 물밑 협상을 통해 조용하고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결국 중국은 ‘망명’이란 표현 대신 ‘유학’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에 굴복한다는 이미지를 피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대결을 끝낼 수 있었다.



 한편 천광청이 이르면 12일 미국땅을 밟게 될 것이라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천이 입학하게 될 뉴욕대 미국·아시아 법 연구소의 제롬 코언(81)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코언 교수는 미국의 중국 법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로, 헤럴드 고 국무부 고문과 함께 천의 미국행을 성사시켰다. 코언 교수는 “7, 8일 이틀 연속 천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미 출국신청을 하고 중국 당국이 서류를 처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출국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르면 12일 미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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