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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이 친구가 훔쳐갔다는 56억 … 김찬경 자작극인 듯

중앙일보 2012.05.10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찬경
“5만원권 현금 56억원이 실린 승용차를 별장에 세워두고 인근 호텔에서 잠을 자는 사이에 동행했던 친구가 돈을 훔쳐갔다.”


검찰이 석연찮게 보는 점들
3500만원 도난 신고 알고보니 56억
절도범 지목된 사람이 고향 친구
그 큰돈 차에 두고 잠이 올까
영업정지 한 달 앞두고 발생

 이른바 ‘56억원 도난 사건’에 대한 김찬경(56·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 측 주장이다. 누가 들어도 선뜻 믿기 힘들다. 검찰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검찰은 이 사건이 김 회장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9일 김 회장을 상대로 돈의 행방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진행 과정과 김 회장의 진술 등을 검토해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며 “김 회장이 친구와 짜고 돈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국내 모처에 숨겨놓고 자작극을 벌였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8일 충남 아산경찰서에 도난 신고가 접수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아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47)씨는 당시 “아산 건재고택(建齋古宅)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뒀는데 건재고택 관리인인 김모(57)씨가 차 유리창을 깨고 3500만원을 훔쳐갔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승용차가 김 회장 소유로 밝혀지자 박씨는 “김 회장을 대신해서 신고를 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뒤이은 조사 과정에서 도난당한 돈은 3500만원이 아니라 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 문화재인 건재고택은 미래저축은행이 대출 담보로 잡은 것이나 현재는 김 회장이 아들 명의로 이전해두고 별장처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측은 “김씨가 도주한 이후 전화를 걸어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가 ‘비자금이라 신고도 못할 테니 내가 일부 가져야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56억원이라는 큰돈을 차에 둔 채 잠을 잤다는 주장이나 절도범으로 지목된 김씨가 김 회장의 오랜 고향 친구라는 점, 영업정지를 불과 한 달여 남기고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김 회장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씨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김 회장이 비자금을 빼돌려놓고 도난 사건을 가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무기상 김영완 자택 도난 사건 닮은꼴?=검찰은 이 사건이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송금과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59)씨가 2002년 3월 집에서 떼강도들에게 털렸다고 신고한 사건과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그해 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91억원어치의 양도성 예금증서(CD)와 현금·수표 등 7억원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했고 털린 돈이 180억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김씨의 운전사가 ‘집안 내부 사정과 금품을 털어도 신고를 못할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김씨가 도난 시점으로부터 9개월 뒤에야 신고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지만 김씨가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최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로의 주장이 엇갈려 진실을 알 수 없다”며 “ 도둑을 맞았다는 김 회장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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