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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 김연아, 학생들 앞에서 "냄새 나나?"

중앙일보 2012.05.09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연아 선수가 8일 서울 진선여고에서 4주간의 교생실습을 시작했다. [임현동 기자]
“제가 트리플 악셀 하는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전 트리플 악셀 못 해요.”

 학생들 앞에 선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 선수는 꾸밈이 없었다. “(아사다) 마오 선수랑 저랑 비교할 때 트리플 악셀 얘기를 자주 하는데요. 전 (트리플 악셀) 못 해요.” 세계적인 스타가 솔직하게 말하자 학생들은 “괜찮아요”라고 큰 소리로 답했다. 학생들의 반응에 김 선수도 씽긋 웃었다.

 김 선수는 8일 오전 서울 역삼동 진선여고에서 교생 선생님으로 첫 교단에 섰다. 고려대 4학년(09학번)인 그는 앞으로 4주간 교육학 전공자에게 필수인 교직 과정을 이수한다. 지난 6일 아이스쇼를 끝낸 김 선수는 화려한 피겨 의상 대신 흰색 재킷과 감색 정장바지로 깔끔한 느낌을 살렸다. 가슴엔 고려대 마크와 이름이 적힌 명찰이 달려 있었다.

 얼음판 위에선 누구보다 뛰어난 프로지만 교단에선 영락없는 초보 선생님이었다. 김 선수는 “고려대학교 09학번 체육교육학과 김연아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많이 긴장하고 있으니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교실을 둘러싼 150여 명의 취재진들이 동시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김 선수가 이날 강의한 내용은 피겨 스케이팅 이론. “몸으로만 배워 이론은 나도 잘 모른다”고 쑥쓰러워 하던 그는 자신이 직접 연기한 점프 영상을 보여줄 땐 활기가 넘쳤다. ‘루프(loop) 점프’를 설명하며 “가장 자신없는 점프라 프로그램에 잘 넣지 않았다. 그래서 이 건 영상이 하나밖에 없다”고 하자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김 선수는 자신의 스케이트를 직접 들고 “냄새 나나?”라고 장난스럽게 말해 교실을 또 한번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가 자신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피겨 스케이팅 기술을 진지하게 설명할 땐 어수선했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타를 교생 선생님으로 맞게 된 학생들은 들떠 있었다. 김연아의 수업을 들은 진선여고 2학년 11반 김연주양은 “처음 김연아 선수가 온다고 했을 땐 믿지 않았다. 지금은 다른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1교시엔 설레서 집중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같은 반 김유진양은 “세계적인 스타 선수니까 거리감이 있을 것 같은데, 보통 교생 선생님처럼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바람을 드러냈다.

 김 선수의 지도교사 김승일씨는 “김연아 선수가 오면 학생들이 열광해 면학 분위기를 해칠까 고민됐다”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를 지도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실습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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