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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워도 맛있어요 … 입맛 바꾼 부일초 ‘급식의 힘’

중앙일보 2012.05.07 01:31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일초등학교는 2007년부터 나트륨을 30% 이상 줄인 저염급식을 하고 있다. 아이들 입맛을 싱겁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학교급식이 제일 맛있다는 서유림(오른쪽)·신수정(가운데)·신하늘 양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우리나라 1인당 소금 섭취량은 일일 평균 4878㎎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소금을 한 스푼씩 더 먹을 때 마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약 36%씩 높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박혜경 영양정책관은 “국물·장류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소금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줄여나가야 만성질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국민 나트륨 저감 목표는 8년 뒤인 2020년까지 3902㎎이다. 실제로 영국·핀란드·캐나다·일본 등은 지난 10년 사이 나트륨 섭취량을 기존의 60~80% 수준까지 낮췄다. 중앙일보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대국민 나트륨 섭취 줄이기를 올해의 아젠다로 삼고, ‘나트륨 줄이GO, 건강 올리GO’캠페인을 펼친다.

중앙일보·식약청 공동기획 ‘나트륨 줄이GO, 건강 올리GO’



 지난 4월 30일 낮 12시. 경기도 부천 부일초등학교의 급식실을 찾았다. 이날 메뉴는 강황 쌀밥에 근대된장국, 쇠고기 아스파라거스볶음·취나물무침·깍두기였다. 별다른 게 없는 식단이었지만 부일초등학교 급식은 근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비밀은 바로 저염(低鹽) 건강식. 실제 이 학교 급식을 먹어보니 짜고 자극적인 맛이 없는데도 풍부하고 깊은맛이 났다. 국의 염도를 쟤니 0.5%가 나왔다. 일반 초등학교 급식에서는 0.7~0.8%를 유지한다. 일반 식당에서 염도는 보통 1.1~1.3%정도로 높다.



 하지만 급식에 대한 아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 학교 6학년 서유림 양은 “사 먹는 음식보다 급식이 훨씬 맛있다. 지난주엔 수련회를 다녀와서 3일 동안 숙소 음식을 먹어야 했는데, 너무 짜서 대부분의 반 아이들이 남겼다”고 말했다. 4학년 신수정 양도 “외식할 때 나오는 음식은 짜서 못 먹겠다”고 말했다.



 부일초등학교의 저염식단은 이 학교 영양사 김지혜 교사의 작품이다. 김씨는 2007년 이 학교로 발령 나면서부터 급식을 저염식으로 바꿨다. 짜게 먹는 습관이 고혈압·심장병·비만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식재료가 싱싱하지 않으면 간을 많이 쳐 요리하게 된다. 우리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식재료 고유의 향과 맛이 느껴지도록 요리한다.



소금 대신 식초나 다른 천연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고, 소금도 천일염을 써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2~3개월 동안은 왜 이렇게 싱겁냐”며 투정부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다 3개월이 지나니 적응을 하더라. 이젠 맛있다는 칭찬을 더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부일초등학교 같이 싱겁게 조리하는 학교가 많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아이들 한끼 식사 기준 나트륨 섭취량을 2017년엔 742㎎으로 약 20% 줄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런 나트륨 줄이기 정책의 시작은 식약청에서부터 시작됐다. 식약청 강백원 영양정책과장은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는 성인 3명 중 1명 꼴이다. 치료비만 한해 2조3000억원이 나간다. 짜게 먹는 식습관만 줄여도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금을 적게 먹는 게 고혈압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될까?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병희 교수는 “혈압약을 먹는 것보다 소금섭취를 하루 3g(약 3티스푼) 줄이는 게 고혈압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발표된 바 있다. 앞서 2007년 캐나다에서도 매일 소금섭취 4.6g을 줄이면 고혈압 위험을 30% 줄이며, 혈압약을 먹는 것 보다는 2배 높은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나트륨은 혈관 내 물을 빨아들여 혈압을 급격히 올린다”고 말했다.



 나트륨을 줄이면 심장병 위험도 준다. 식약청 영양정책과 김종욱 연구관은 “나트륨은 혈관의 동맥경화, 즉 피떡(혈전) 형성을 빠르게 한다. 뇌로 가는 혈압도 높이므로 뇌졸중 위험도 높인다”고 말했다.



 싱겁게 먹는 것은 신장병 위험도 낮춘다. 오병희 교수는 “신장엔 가는 혈관이 무수히 얽혀 있다. 압력에 매우 민감한데, 혈압이 높아지면 금방 손상을 입는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복수가 차고 투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겁게 먹는 것은 신장병을 막는 첫걸음이다.



 골다공증 위험도 줄인다. 나트륨은 칼슘과 길항작용을 한다. 나트륨 섭취량이 늘수록 빠져나가는 칼슘량은 는다. 뿐만 아니다. WHO는 작년 나트륨 섭취가 위암·당뇨·비만·천식·백내장의 위험도 높인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청은 전방위적 나트륨 저감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직장급식이 첫 번째 타깃이다. 작년 국민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나트륨 섭취 실태조사 결과, 짠 음식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곳이 직장 급식소였다. 식약청은 기업 급식 대행업체에 한 달에 1주일 이상은 나트륨을 20% 이상 줄인 급식을 제공토록 권고하고 있다.



 두 번째는 외식시설이다. 급식 다음으로 외식에서 나트륨 섭취가 많았다. 식약청은 현재 나트륨 함량을 줄인 건강음식점 114개소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은 가공식품류다. 강백원 영양정책관은 “각종 식품과 소스류를 생산하는 업체들에게 나트륨 함량을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라면의 나트륨은 평균 2100㎎으로, 한끼만 먹어도 일일 나트륨 섭취량을 넘는다”며 “2020년까지 면류엔 15%, 장류엔 최대 7%까지 나트륨 함량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초래하는 질병

(일일 나트륨 최대섭취 권고량은 소금 약 5 티스푼.)



■ 골다공증 나트륨이 빠져나갈 때 칼슘도 함께 빠짐

■ 고혈압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세포에서 수분이 혈관으로 빠져나옴. 혈류량이 증가해 혈압이 높아짐

■ 심장병·뇌졸중 고혈압에 의해 혈관 내부 벽에 손상이 생기면서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짐

■ 위암 염분이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을 일으킴. 만성위염은 위암으로 발전

■ 만성신부전 고혈압으로 신장의 모세혈관이 망가지면서 신장 기능이 망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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