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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살 은행나무, 200살 왕버들 … 오래 사세요

중앙일보 2012.05.07 01:16 종합 24면 지면보기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544년 된 은행나무. 줄기 일부가 썩어 들어가 파내고 방부 처리하기로 했다. 수성구청 공무원들이 나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 은행·보험회사 등이 밀집한 대구의 금융타운이다. 이 네거리 한쪽에 고목이 서 있다. 높이 15m에 둘레가 3m에 이르는 이 은행나무의 나이는 544살이다. 수령이 오래돼 대구시가 1982년 10월 보호수로 지정했다. 조선 세조 14년(1468년) 수성구 상동에 심어졌으나 도로가 뚫리면서 정화여중고를 거쳐 2001년 다시 이곳으로 옮겨졌다. 고층 빌딩 사이에 심어져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줄기 등 죽은 부위가 많다. 나무 색깔도 거무튀튀하다.

대구시 보호수 30그루 정비
썩은 곳 도려내고 영양제 놔



 이처럼 오래된 나무들이 대수술을 받는다. 밑동이나 가지 등 썩은 곳이 많고 생육 상태도 좋지 않아서다. 대상은 대구시가 지정한 보호수 30그루다. 73년 된 사과나무에서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달서구 도원동의 롯데캐슬아파트 옆 어린이 놀이터에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이 530년이나 됐다. 큰 가지가 양쪽으로 뻗어 나무 모양이 아름답다. 서구 평리동의 300년 된 회화나무와 동화천 변의 200년 된 왕버들나무 7그루, 수성구의 330년 된 이팝나무도 손볼 대상이다.



 시는 이들 보호수를 이달 말까지 수술한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방부와 살균 처리를 한 뒤 특수소재로 빈 자리를 메우고 나무색을 칠한다. 말끔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썩은 부위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장이 더딘 보호수에는 영양제와 비료를 주고 병충해 방제작업도 한다. 또 나무의 나이 등 일부 내용이 다른 안내표지도 고칠 계획이다.



 시가 보호수를 정비하는 것은 나무가 문화유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에는 지역의 역사가 담겨 있다. 또 마을의 수호신 역할도 한다. 평리동은 매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 뒤 회화나무에 금줄을 치는 등 신성시하고 있다. 옛날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장원급제를 빌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도원동의 느티나무는 주민의 안식처다. 수형이 아름답고 그늘도 제공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강점문 대구시 공원녹지과장은 “보호수는 주민과 긴 세월을 함께한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며 “나무를 잘 관리해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보호수는 모두 304그루다. 이 가운데 105그루(34.5%)가 느티나무, 37그루(12.3%)는 팽나무다. 소나무는 23그루, 느릅나무 22그루, 은행나무 21그루 순이다. 모감주나무·굴참나무·모과나무·돌배나무·소태나무도 있다.



홍권삼 기자





◆보호수=산림보호법에 따라 지정한 나무. 시장·도지사나 지방산림청장이 노목·거목·희귀목 가운데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대상으로 지정한다. 지정 후에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관리한다. 보호수를 훔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보호수에 불을 지른 사람은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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