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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한달 … 수원 행궁동은 ‘차 없는 동네’

중앙일보 2012.05.07 01:15 종합 24면 지면보기
2013년 5월 어느 날 수원시 행궁동. 쉴 새 없이 드나들던 자동차들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따금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시내버스와 전기차가 눈에 띌 뿐이다. 자동차가 점령했던 도로는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차지가 됐다. 사람이 직접 수레에 승객을 태워 달리는 인력거도 수십 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수원시가 내년 5월 한 달간 행궁동에서 진행키로 한 ‘차 없는 도시’ 실험의 한 장면이다. 이 실험은 ‘만약 석유가 고갈된다면’이란 가정 아래 인류가 새로운 교통수단에 적응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관찰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6일 수원시에 따르면 이 실험은 수원시와 유엔 인간정주계획(UN-Habitat),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시 관계자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을 실제로 도시지역에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된다”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생태교통이 실현되는 미래 도시의 대안을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상 지역은 수원 화성(華城) 성곽이 둘러싼 행궁동이다. 이곳엔 20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수원시는 실험을 위해 행궁동을 생태교통 시범사업 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시에 따르면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전문가들이 행궁동 주민들의 생활패턴을 분석하고 가구별 생활양식에 맞는 교통수단을 제공하게 된다. 무동력 이동수단인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등이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 전기차, 천연가스 시내버스 등 제한된 대중교통수단만 허용된다. 시범사업기간 동안 주민들의 생활은 국제적인 연구를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된다.



 콘라드 오토 짐머만 ICLEI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원시는 문화적 전통과 생태도시의 잠재력이 풍부하다”며 “특히 성곽 안 도시인 행궁동이야말로 생태교통 도시의 대안을 가늠해 볼 최적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실험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관건이다.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사실상 실험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는 주민들을 일일이 방문해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박연희 생태교통시범사업 사무국장은 “무동력 이동수단으로도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매연과 공해에서 해방되고 관광객 유치와 지역상권 활성화를 통해 삶의 질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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