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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 대사 리더십 인터뷰 ④ 샘 게로비츠 호주대사

중앙일보 2012.05.07 01:12
주한 호주대사 샘 게로비츠는 “세계화시대에는 선의의 경쟁과 협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하늘군?게로비츠 대사·명재연군.



“자기 나라 먼저 이해하고, 상대방 의견 경청할 줄 알아야”

“현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어요. 그럼 적응도 빨리 되고, 사람들 하고 친해질 수 있었어요.”



 주한 호주대사 샘 게로비츠(Sam Gerovich)는 한국 고교생들에게 외교관으로서 뛰어난 적응력의 비결을 이렇게 소개하며 “한국에 와선 김치와 불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호주대사관에서 임소희(서울국제고 3)양과 이하늘(서울국제고 3)·명재연(서울고3)군이 게로비츠 대사와 만나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고교생들이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점을 물었다. 게로비츠 대사는 서울 국제고의 교복을 보고 “내가 고교시절 입던 것과 색깔이 똑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사님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명군)



 “참 좋았어요. 아이답게 보냈거든요.(웃음)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토론 활동은 물론 풋볼·럭비·크리켓 같은 운동도 신나게 했어요. 아이는 아이다운 유년시절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돼서 큰 책임감이 뒤따를 테니까요. 대학에선 국제관계와 법을 공부했어요. 그거 아세요? 전 외교관이 되기 전 1년동안 교사로 일했답니다. 여러분과 같은 아이들을 참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관심에만 그치던 외교 일을 직접 해보고 싶었고 22살에 외교관이 됐어요.”



-저도 외교관이 꿈이에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임양)



 “자신의 나라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외교관은 자국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기 때문이죠. 나는 외교관이 되기 위해 국제관계나 세계정세, 경제에 관한 시험은 물론 일종의 심리 검사도 통과했어요. 도전적인 상황을 잘 극복하고, 여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지요. 마지막 단계에선 10여 명씩 조를 이뤄 선배 외교관들 앞에서 토론을 벌였어요. 이해력과 순발력이 중요했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사람은 대부분 탈락했어요. 외교관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수란 점을 명심하세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이군)



 “관용과, 다른 사람들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호주는 다문화 국가이지만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서로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해요. 그 한 예로 덴마크와 아랍에미레이트의 호주 대사는 한국계 호주인이에요. 사람과 나라간에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교류하고 협동하는 자세도 필요하고요.”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고교생들이 있는데요.(이군)



 “성급히 결정하기 보다, 여러 일을 경험한 뒤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일을 선택하면 좋을거 같아요. 제 아들과 딸에게 1년 동안 인턴 활동을 시켜봤는데, 활동이 끝나고 아이들이 제 어깨에 손을 얹더니 ‘아버지,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로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하더군요.(웃음) 직업은 자신의 인생 그 자체이기에 처음에 선택하는 것도, 필요할 때 바꾸는 것도 자신이 해야 합니다. 자신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을 길러야 합니다.”



 인터뷰 도중 주한호주대사관 관계자는 “게로비츠 대사의 두 자녀 모두 세계적인 명문대 재학생”이라고 귀띔했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하셨나요.(명군)



 “첫째, 학술·예술·문화 같이 모든 방면을 골고루 발전시켜주려 했어요. 둘째, 토론에 자주 참여하게 해 상대방의 의견을 수렴할 줄 아는 관용을 배우게 했어요. 셋째,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기본적인 도덕이라고 항상 강조했어요.”



-40년 동안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생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임양)



 “그 나라의 음식에 저를 적응시켰고, 생활에도 적응하려고 노력했어요. 한국에 와선 불고기 김치를 즐겨먹고 있어요. 그리고 그 나라의 언어를 익혀요. 중국과 일본에 부임할 때도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웠어요. 적응력을 높여주고 여러 사람을 장벽 없이 만날 수 있게 하거든요. 계속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제 첫 부임지는 홍콩이었는데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아서 호주의 정치와 다른 점이 많았어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음식과 언어에 적응하자, 현지 사람들과 친하게 됐어요.”



 임양이 “저도 중국에서 7년 동안 살았다”고 말하자, 게로비츠 대사는 능숙한 중국어로 맞받아쳤다.



-호주 유학을 생각 중인데요.(이군)



 “호주의 대학들 대부분이 정부 지원을 받는 공립학교로 절반 이상이 해마다 세계 우수대학에 선정되지요. 과학·법학·해양학 분야가 특화돼 있어요. 호주에는 이주나 유학 가능한 외국인의 한도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공부와 일과 여행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요.”



-한국의 세계화 노력을 어떻게 보시나요.(명군)



 “한국은 G20서울정상회의와 서울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 관계의 수장으로 우뚝 섰어요. 최근엔 필리핀계 한국인 국회의원도 나왔지요. 이런 발전을 이어가려면 저출산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샘 게로비츠 대사=베이징 공사와 상하이 총영사, 대만의 호주 상공산업대표부의 대표를 역임했고, 외교안보정부관리 담당 제1차관보를 거쳐 북아시아 담당 제1차관보를 맡았다. 호주 외교부의 대표적 중국통으로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남한과 북한 대사를 겸직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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